농업

충북 청원군 화상리 ‘상열농장’ 이 상 열 대표

바보처럼1 2008. 7. 8. 08:32
“쌀·보리 부럽잖은 쪽파 매년 해외여행 보내주죠”
충북 청원군 화상리 ‘상열농장’ 이 상 열 대표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쪽파가 매년 겨울에 우리 부부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효자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청주공항 인근의 충북 청원군 북이면 화상리 밭두렁에서 만난 이상열(50)씨는 쪽파 농사로 매년 억대의 순소득을 올리는 ‘부농(富農)’이다. 이씨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2만9700여㎡(9000여평) 규모로 일궈낸 ‘상열농장’의 대표로 있다.

이씨는 지난해 2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확히 얼마를 벌었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자 그는 “매일 6명 안팎의 인건비 지출 때문에 그리 많이 남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순소득으로 1억여원은 손에 쥐었다”고 껄껄 웃는다. 쪽파는 지난 2006년 기준으로 990㎡(300평)당 표준소득이 105만1000원이나 돼, 쌀(54만2000원)에 비해 곱이 된다. 겉보리(14만9000원)와 비교하면 6배나 큰 금액이다. 이씨는 이같은 수익에 힘입어 지난 겨울 농한기에 동남아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씨가 쪽파 농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부터. “이전까지 지어온 총각무 농사로 별 재미를 못 보다가 어느 날 다시 펼쳐든 고교 농업 교과서가 계기가 됐다”는 것. 청주농고를 졸업한 그는 이후 쪽파 연구에 몰입했다. 농협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 밑줄 그어가며 공부를 했고, 인근의 쪽파 농가를 찾아다니며 비법을 전수받았다. 이씨는 이렇게 갖춘 지식을 다시 ‘실전’에 적용해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찾아냈다. 이씨는 “몇년을 연구해 보니, 쪽파의 최적 생육을 위해서는 질소비료 등이 책에서보다 20~30%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무엇보다 배수를 위한 물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쪽파 20만단씩을 출하할수 있게 됐다. 쪽파는 다행히 아직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물량이 연간 1100여t으로 그리 많지 않다. 수입과정에서 신선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은 철마다 변동폭이 크긴 하지만 최근에는 1단에 3500원까지도 팔린다. 이씨의 쪽파는 모두 1등급 품질로, 다른 농민들이 출하한 쪽파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다. 품질 덕분에 이씨는 청주 농산물시장과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에 판로를 뚫어 안정적 판매처를 갖고 있다. 이씨의 쪽파 농사는 이제 충북 일대에 입소문이 나서, 청원군 내에서는 물론 청주 일대에서도 이를 배우려는 농민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이 알토란 같은 농장을 대학교 1학년생과 군인으로 있는 이씨의 아들들은 물려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농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일해야 한다고 아이들이 싫어한다”며 그는 씁쓸해 한다.

쪽파 농사 비법과 관련해 이씨는 “비료와 물을 적게 줘도 안되고, 많이 줘도 곤란하다”면서 “특히 쪽파는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나름대로 진입장벽이 높아 일단 요령을 알게 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43-214-0779

청원 =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