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촌’ 세상을 바꾼다> “내 손으로 돌본 무공해 쌀·배… 믿음이 가요” |
②‘친환경 농법’ 도농신뢰 쑥쑥 |
김석기자 suk@munhwa.com |
“이장님! 여기 배밭에는 풀이 엄청 많은데요.” “보기에 좀 지저분하죠. 이게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사람이 손으로 작업을 해서 그래요. 제초제를 쓰면 풀이 싹 죽지만 그만큼 배나 사람한테도 안 좋잖아요.”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용리마을.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간절곶과 맞닿아 있는 용리마을은 이날 하루 종일 분주했다. 살충제와 제초제를 쓰지 않고 벼와 배를 길러내는 이 마을에서 큰 행사인 우렁이 방사와 배 봉지 씌우기가 진행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용리마을과 1사1촌을 맺고 있는 현대모비스 직원들도 이날만큼은 공장이 아닌 뙤약볕 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우렁이를 모내기가 끝난 논에 풀어놓는 일과 막 자라기 시작한 배에 봉지를 씌우는 일을 도왔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배와 벼를 재배하다 보니 곳곳에 자란 잡초들 때문에 농사일에 서툰 현대모비스 직원들에게 이날 작업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손명선(52)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차륜차체 생산팀 직원은 “제초제를 쓰면 풀이 타 죽어서 붉은 빛을 띠는데 용리마을은 과수원 바닥에 풀이 무성하게 있고 논에도 새끼 우렁이들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요즘 1사1촌 교류를 하면서 내 눈으로 이렇게 직접 확인했으니 용리마을 배와 벼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며 “더욱이 내가 직접 돌본 것이니 훨씬 믿음이 간다”고 덧붙였다. 64가구에 18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 용리마을은 지난해 농림부로부터 친환경 배 마을 조성 사업지로 선정돼 12억원의 지원을 받았을 정도로 1만3500그루에 달하는 배나무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재배로 유명하다. 여기에 25만㎡(약 7만5000평)나 되는 논도 지난해부터 농약을 치지 않고 오리를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시작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던 오리 농법이 올해 조류 인플루엔자(AI)로 타격을 받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고심하던 용리마을 주민들은 우렁이 농법으로 전환을 결정했고 1사1촌 결연사인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한걸음에 용리마을로 달려와 우렁이를 풀어놓는 주민들을 도왔다. 박윤환(49) 용리마을 이장은 “AI나 광우병 파동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조금이라도 우려를 낳을 수 있는 오리 농법을 포기하고 우렁이 농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1사1촌을 맺고 있는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만큼 꼭 성공할 것”이라며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 새겨진 옷을 입고 일손을 돕던 현대모비스 직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을 주민 신관선(54)씨는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친환경 재배를 자랑해준 덕에 용리마을 배가 우수하다고 소문이 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마을을 찾은 신장열 울주군수 권한대행은 “유가와 농자재가격 인상에다 광우병 파동 등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농촌이 위기에 처했다”며 “그러나 1사1촌 덕분에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농촌도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35)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품질관리팀 직원은 “1사1촌을 맺은 뒤 용리마을 배와 쌀을 몇번 구매했는데 맛있고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 함께 땀을 흘리고 정을 나눈 곳에서 나온 농산물이다 보니 더욱 더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7월말이 되면 논에 풀어놓은 우렁이를 수확할 수 있으니, 언제든 와서 잡아가요. 살이 올라서 맛있을 거예요.” 박 이장의 즉석 제안을 접한 현대모비스 직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져갔다. 울주 = 김석기자 su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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