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한과‘고급화’ 국내 평정… 해외로”

바보처럼1 2008. 7. 12. 19:12
<스타 농민>
“한과‘고급화’ 국내 평정… 해외로”
치자·백년초·녹차… 종류도 10가지 넘어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박순애 담양한과 대표가 9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천리 사무실에서 인삼으로 장식한 엿강정과 꽃모양의 매잡과를 소개하고 있다. 담양 = 박수진기자
지난 9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천리 ‘담양한과’.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8일 엿강정 명인으로 선정된 박순애(여·54)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강정생산실’로 들어서자 구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6명의 직원들이 엿강정 만들기에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치자가루를 묻힌 밥알을 조청과 버무리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버무린 재료를 틀안에 넣어 곧게 펴바르고 있다.

“재료에 따라 엿강정 종류도 무궁무진해집니다.” 박씨는 담양한과에서 내놓는 엿강정이 10여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모두 오랜 실험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흰쌀, 검은쌀, 깨, 콩, 호두, 잣 등 곡물과 건과류를 기본재료로 쓰고 치자, 백년초, 녹차, 뽕잎가루로 색을 입힌다.

“엿강정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15일쯤 걸려 완성합니다.” 엿강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쌀을 물에 넣고 일주일쯤 삭힌 뒤 찌고 씻는 것을 반복한다. 고들고들해진 밥알을 말린 후 열처리하면 크게 부푸는데 여기에 직접 고아 만든 조청과 천연색소를 넣고 잘 버무리면 엿강정 재료가 만들어진다.

박씨는 “추석에 대비해 엿강정 재료를 미리 만들어두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담양한과는 엿강정과 함께 유과, 약과, 다식 등 다양한 종류의 한과를 판매하고 있다. 절반은 대형 백화점에 판매되고 나머지는 마트와 우체국 쇼핑몰, 담양한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팔려나간다. 하루 평균 2000여세트가 생산되는데 지난해 매출만 56억원에 달한다. 박씨는 “재료의 질과 맛뿐 아니라 색감과 디자인도 중요하다”며 “신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디자이너를 고용해 상품 포장에도 신경 쓴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고급화 전략으로 백화점용 한과세트에 ‘아루화’라는 브랜드명을 붙였다.

박씨가 한과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고향인 충남 논산을 떠나 이곳으로 시집왔던 1976년부터다. 11남매의 장손과 결혼한 박씨는 1년에 16번의 제사를 챙겨야 했는데 한과만들기는 필수였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요리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했고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를 찾아다니며 의례음식을 전수받았다. 주문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한과를 만들어 팔던 박씨는 1997년 담양한과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가내수공업자에서 80여명의 직원을 이끄는 ‘사장님’이 된 그는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라고 귀띔했다. 박씨는 “수입의 10%는 재투자하고 음식박람회나 품평회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상품 개발에 힘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목포대와 공동으로 해초한과 제작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기반이 잡혔으니 해외로 나가보려고 합니다.” 박씨는 그동안 간간이 미국과 중국에 한과를 팔았고, 2월에는 몽골 판로 개척을 위해 현지에 다녀왔다. aT센터에서 6개월간 무역관련 강의도 들었다. 내년에는 9917㎡(3000평) 규모의 부지에 최신설비를 갖춘 새 공장도 짓는다. 박씨는 “한과는 곡물, 건과류로 만들어져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도 좋다”며 “한과를 고급화해서 전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담양 =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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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일자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