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어 있는 가능한 모든 시간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지만 잠자는 동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는 동안에도 공부가 되는 방법에 대해 궁리하던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바로 테이프를 듣는 방법이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머리맡에 AFKN 뉴스나 미국영화를 녹음한 것 혹은 내가 만든 단어장을 녹음한 것 등을 틀어놓고 잠을 잤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이 효과를 여러 학자들도 증명했다. 러시아의 한 ‘초월심리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수면학습’ 이론에 의하면 사람이 잠을 잘 때는 각성시보다 몇 배 또는 몇 십 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학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잠자는 동안 계속해서 학습이 되는 건 아니다. 잠이 들기 전과 잠든 직후 얼마 동안, 잠이 깨기 전과 후 얼마간까지 피암시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때 들은 정보는 잠재의식에 깊이 새겨져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잠잘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잠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온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린 릴랙스 상태에서 공부하면, 놀라울 정도의 잠재의식 학습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원리를 이용한 외국어 학습법으로는 불가리아의 로자노프 박사가 창시한 ‘암시교수법’이 유명하다.
잠재의식을 이용한 수면학습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수면학습이 되는 시간은 잠들기 전 20분쯤부터 잠이 든 후 약 10분까지,30분간이다. 음향기기 소리는 너무 큰 것보다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잔잔한 소리가 좋으며 위치는 머리에서 10∼15㎝가량 위쪽에 놓는 것이 좋다. 수면 외에 몸과 마음의 긴장이 충분히 풀린 릴랙스 상태에서 들어도 효과가 있다.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는 심호흡을 하며 온몸의 근육에서 힘을 빼면 된다. 이때 듣게 될 영어는 새로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몇 번쯤 들어봐서 내용의 이해에 어려움이 없는 것이 좋다.
아침에 잠이 깼을 때도 몸을 움직이기 전에 가만히 누워서 편안한 상태로 20∼30분가량 음향기기를 듣고 난 뒤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수면학습법이라고 해도 하룻밤 듣고 나서 몽땅 머릿속에 입력되는 것은 아니다. 테이프나 CD,MP3를 일주일쯤 반복해서 듣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내용으로 바꿔본다.
수면학습을 할 때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법이 궁금할 것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머니에 수첩을 넣고 다니며 단어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표현 한 가지만 배워도 수첩에 적어야 한다. 웬만한 양이 모아지면 그것을 자기 목소리로 녹음해서 듣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녹음을 할 때는 여유있게 약 2초, 각 아이템 사이는 4초 정도의 간격을 두는 것이 좋으며 순서는 우리말 다음에 영어를 녹음하는 것이 좋다. 녹음한 내용을, 걸어가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운전하거나 잠자리에 들면서 듣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당한 어휘력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