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외국유학이나 해외연수 경험이 없다. 영어학원도 제대로 다녀보지 않았다.
대학전공(부산수산대 무역학과)도 영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어떻게 통역을 맡을 정도로 영어를 잘할까.
“대학 땐 영어듣기에 자신 있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처음 국제사업부에 발령 받았죠. 매일매일 영어로 외국인과 협상을 해야 하는 일이었죠. 긴장도 됐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협상할 때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머리로 미리 생각해보고, 또 소리내어 말하는 연습을 빼놓지 않고 반복했죠. 혼자서 영어로 중얼거리는 일이 많아져 주변에서 ‘미친X’이라는 소리도 좀 들었죠.”
이런 노력 덕분에 영어말하기 실력은 급성장했다. 그래서 통역까지 맡게 됐지만 처음엔 마음고생이 심했다.
“통역을 처음 맡고서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던 일이라…. 그래서 몸으로 때우겠다고 다짐했죠. 예를 들어 세미나가 아침 9시라면 실례를 무릅쓰고 새벽 5시에 호텔로 찾아가 발표자에게 조르는 거죠. 프리젠테이션을 할 내용을 미리 달라고. 그걸 받아서 전부 읽어본 뒤 내용을 모두 외우고. 또 예상 관련 질문도 뽑아보고 이렇게 준비했어요. 힘은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자신감이 붙더군요.”
●직장인들은 업무관련 영어 시작해야
노 부장은 직장인은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영어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전문통역사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직장인에게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죠. 조직에서 영어실력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지금 맡고 있는 관련분야부터 시작하세요. 제가 ‘보험용어단어집’을 공부하거나 재보험과 관련된 영문 스크립트를 쓰고 외국인에게 리뷰를 부탁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죠.”
그는 또 영어로 말할 때는 굳이 어려운 단어를 찾으려 애쓰지 말고 가급적 간결한 표현을 쓰라고 충고한다. 중학교 2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만 잘 써도 의사표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어공부를 할 때 최대의 적인 부끄러움도 반드시 떨쳐버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르면 누구한테든 물어봐야 돼요. 어차피 남의 나라 말인데 못하는 건 당연한 거죠. 괜히 기죽을 필요도 없고…. 모르면서도 짐짓 아는 척하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죠.”
●보험뿐아니라 통계관련 공부도 도전
그 역시 지금은 통역까지 하는 실력파가 됐지만, 영어 때문에 얼굴이 벌게진 경험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한번은 거래선의 친한 외국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계속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나중에 겨우 통화가 돼서 ‘너 뭐 했니?’라고 물었죠.‘I was shooting the breeze.’라고 하더군요.breeze(미풍·산들바람)만 듣고 ‘아 바람쐬고 왔다는 소리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Where have you been to?’(어디로 갔다 왔니?)라고 되물었죠. 그랬더니 한참동안 말이 없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shoot the breeze’란 ‘잡담하다’ 뭐 이런 뜻이었어요.”
|
이제 이런 실수는 하지 않지만 지금도 통역할 때 웅얼거리며 말하거나 호주식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잔뜩 긴장한다. 무슨 얘기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술자리 영어 통역도 쉽지 않다.
노 부장은 “요즘도 보험 관련 새로운 전문용어가 자꾸 생겨 공부할 게 많다.”면서 “앞으로 보험뿐 아니라 통계와 관련된 공부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성수 사진 도준석기자 ss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