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것이 있었는데. 바로 인도 에 가는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지도
않았고. 해외를 나간다는것은 우아~ 라는 감탄사가 나올정도의 일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참하던 그때. 난 결심을 하게되었다. 그곳에 가보자고. 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여행준비를 했다. 다들
여행가겠다고 회사까지 그만둔 날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시기어린 눈빛으로 보는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인도는 그냥
여행가겠다고 가는곳이 아닌. 나의 오래된 꿈을 이루는것이였다.
2006년 2월 6일 오전 9시 30분 인도로
가기전... ┘

그렇게 인도속으로 들어갔다.
검은 얼굴, 크고 둥그런 눈, 표정하나 없는 인도인이 그렇게 나를 맞이했다. 그는 억지 웃음을 애써 지으며 자신의 오토릭샤로
안내했다. 인도에 처음인 나는 바짝 긴장하고 배낭 가방끈을 손에 꽉 쥐었다. 검은 매연 연기를 내뿜으며 오토릭샤는 달리기
시작했다. 도시는 이내 어둠이 깔리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왔다. 처음느낀 인도의 겨울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내가
델리에 도착한 날은 이미 모두가 불을끄고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기에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둠과 함께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렇게 하루를 맞이하며 인도속으로 들어갔다.
"그 카메라는 얼마요?"
자이뿌르의 어느 상점 앞에 잠시 쉴겸 앉았다.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자 한명이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다가와 친한척을 하며 말을
건넸다. "그 카메라는 얼마요?", "왜이렇게 카메라가 큽니까?" 어디서 왔냐? 인도는 언제왔냐? 등등 신원조사라도 하듯 연신 질문을
늘어놓았다. 내가 웃으며 차근차근 대답해 주자 길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둘러 모이기 시작했다. 어떤사람은
아예 땅바닥에 자리를 펴고 철퍼덕 앉아 고개를 쭈욱 내밀었다. 지나가던 동네 꼬마들도, 반대편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거지도, 핸드폰을 귀에
대고 한참떠들던 아저씨도 금새 나에게 관심이 쏠렸다. 사람들이 계속 내주위에 모여 어느덧 30여명이 된듯하다. 뭔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듯한 기분... 난 엉덩이를 툭툭털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음이 가는곳으로 아무데나 그냥 걸었다. 그들은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가던길을 계속가고, 다시 동전구걸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이 내앞에서 소용돌이 쳤다.
26시간 동안 기차를 탄다는건 무척 지루해 보일수 있지만 그 작은 공간을 통해서 보는 창밖풍경은 무척인상깊다. 바라나시에서
암리차르까지 1150 Km 를 이동해야 하는 장거리 기차여행길에 올랐다. 기차는 예상데로 2시간 연착되었고 미안한 기색없이 플랫폼에 스르르
긴 몸뚱이를 정착시켰다. 철컹 입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한 인도인이 내 앞자리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는 밤중이라서 온도가 많이 내려가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차가운 바람이 내 앞에서 소용돌이 쳤다. 나는 창문을 닫았지만 내가 잠들면 그는 또 창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하자 나는 화가나서 그를 깨웠다. 내가 훈계하고 창문을 닫아도 그는 팔짱을 끼고 눈만 감고
귀찮다는 듯이 내 의견을 무조건 무시했다. "아~ 오늘은 편하게 가긴 틀렸구나.."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그는 나보다 전 역에서 먼저
내렸다. 나는 그렇게 길고 긴 추운밤을 보내고 따뜻한 아침 햇살에 밤새 떨었던 몸을 녹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떠날수 없는곳, 그래서 더욱 정이가는 곳.
바라나시에 오면 아파 진다는 속설이 나에게 까지 해당 될줄이야. 온몸에 열이나기 시작했다. 축제때 나눠준 물소 우유를 받아마셔서
하루종일 설사를 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것 같다.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아 있으니 한국이 끊임없이 그리워진다. 천정에 메달린 선풍기
팬은 빙글빙글 힘없이 돌아가며 살짝살짝 바람을 일으킨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어제샀던 바나나 몇개가 침대 머리맏에 나란히
놓여있다. 손을 쭉 내밀어 바나나 한개를 두도막 내어 먹었다. 한숨 푹 자고나면 조금 나아질까... 내일이라도 당장 다른도시로
이동할까... 하지만 매력에 빠지면 떠날 수 없는곳 바라나시...그래서 계속 머물고 있는것일까.

경험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위로 위태위태하게 버스가 덜컹덜컹 거리며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오랜시간의 두려움을 잊기에 충분하다. 이 멋진 풍경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라도 남길 수 있을까... 100분의
1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면... 경험해 보아야만 이 감동을 느낄 수 있을듯...
이곳은 인도가 아니야
이슬비가 내린다. 맥그로드 간즈에 있는 사흘 내내 이슬비가 나를 따라다녔다. 생김새도, 생활모습도, 웃는 얼굴도 다른 인도속의
티벳, 인도의 작은 마을 맥그로드 간즈. 연신 웃는 모습을 하고 다니는 티벳승려들과 소원을 적은 마니통을 돌리며 느린걸음을 옮기는 티벳의
할머니들. 그 문화속에 내가 서있다. "!%$#%&%^(&**()#@%$*" 티벳의 한 젊은이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다. "What?" "I don't understand" 영어로 대답하자 놀라며 순간 웃는다. 내가 티벳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사실 처음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 했을때 한국 사람들과 너무 비슷한 외모에 깜짝깜짝 놀라며 두리번 거렸다. 어쩌면 그래서
맥그로드 간즈에 더 정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따.
총구가 나를 향하고 있다.
달호수 (Dal Lake) 는 나에게 여행중의 작은 휴식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무거운 배낭과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몸을 재충전 할 수
있는곳. 스리나가르. 마을에서는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지만, 달 호수 위의 하우스보트 위에서 만큼은 편안해진다. 사실 마을
곳곳에는 총을든 군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닌다. 여행자 라고는 단 한명도 없다. 다른 얼굴색을 한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삣하는 느낌을 받았다. 살며시 뒤를 돌아보니 총구가 나를 향하고 있다. 긴장의 3초. 머릿속이 텅비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며 아무말 없이 오던길을 되돌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애써 억지 미소를 지으며 끝까지 아주 천천히 되돌아 갔다. 어떻게 된걸까. 어떤 상황이 벌어질뻔 한걸까. 아직도 심장이
뛴다.

사진,글 http://www.goodth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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