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는 40대 이후를 새롭게 조명한 책 'The Third Age'
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군요. (저자 윌리엄 새들러)
침펜지나 고래에서 출산을 끝내고 좀더 사는 할머니가 있을
뿐 대다수 동물들은 출산기가 끝나면 서둘러 생을 마감한다
는데, 인간은 현생인류 단계에서부터 제3의 생애 단계를 가
져왔다는 최재천 교수의 첨언이 인상적입니다.
긴 생애를 자기 정신력의 확호한 통제력 하에서 보낼 수 있
게 하려고들 이렇게 들로 나가고 밭으로 나가고, 뭘 사모으
고 야단들을 하나 봅니다.
중년 이후의 정신력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이의 특성을 다시
발견하라고 합니다. 호기심, 상상력, 개방적 태도 등을 통해
중년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게 저자의 요점이랍니다.
다들 그러시지요? 그럼 된 거구요. 하하...
오늘의 주제는 '황사'입니다. 황사 역시 현생인류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가진 것이지요. 옛 시에서 황사를 어떻게 다
루었나 찾아보다가, 백석의 작품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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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曠原)*
흙꽃* 이는 이른 봄의 무연한* 벌을
경편철도(輕便鐵道)*가 노새의 맘을 먹고 지나간다
멀리 바다가 뵈이는
가정거장(假停車場)*도 없는 벌판에서
차는 머물고
젊은 새악시 둘이 내린다
1936 시집 <사슴>
*광원 : 평안북도 정주 부근의 지명
*흙꽃 : 황사
*무연한 : 끝없이 펼쳐진
*경편철도 : 협궤열차. 느린 속도를 살려 썼다.
*가정거장 :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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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이크로 포착한 황사 이는 봄날의 장면입니다. 3연 6행의
짧은 시이지만, 봄의 도래를 느린 협궤열차를 통해, 거기서
내린 젊은 새악시 둘을 통해 드러낸 것은 백석다운 재능이 아
닌가 합니다.
참, 백석의 아버지가 사진을 잘 찍어서 유명했고, 그래서 조
선일보 사진기자가 되었지요.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생으로, 김소월의 후배인 또 한 명의 민족시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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