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정 인보...........조 춘(早春)

바보처럼1 2006. 5. 20. 01:13

<조 춘(早春)>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 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ㅎ 다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신생2권 4호(1929) 수록

1연은 지하. 2연은 지상, 3연은 하늘 위를 노래했다.

*주제는 생기 감도는 봄기운에 대한 기쁨의 정.

 

 

<근화사 삼첩>

 

신시(神市)로 내린 우로(雨露)꽃점진들 없을쏘냐?

왕검성 첫 봄빛에 피라시니 무궁화를

지금도 너곧 대하면 그제런 듯하여라.

 

저 메는 높고 높고 저 가람은 예고 예고,

피고 또 피오시니 번으로써 세오리까?

천만 년 무궁한 빛을 길이 뵐까 하노라.

 

담우숙 유한(幽閑)ㅎ고나,모여 핀 양 의초롭다.

태평연월이 둥두렷이 돋아올제,

옛 향기 일시에 도니 강산 화려하여라.

 

*1927년도 작품. 뒤에 <담원시조집>(1948)수록

배화여학교 반화사(班花詞) 8수 중의 하나.

*주제는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송축(頌祝)

 

 

<자모사 초(慈母思抄)

 

                     1

가을은 그 가을이 바람 불고 입 드는데

가신 임 어이하여 돌오실 줄 모르는가

살뜰히 기르신 아이 옷품 준 줄 아소서

                     2

 

부른 배 골리 보고 나은 얼굴 병만 여겨

하루도 열 두 시로 곳 어떨까 하시더니

밤송인 쭈구렁인 채 그저 달려 삽내다.

                      3

 

눈 한번 감으시니 내 일생이 다 덮여라.

절 보아 가련하니 임의 속이 어떠시리

자던 닭 나래쳐 울던 이때려니 하여라.

                      10

미닫이 닫히었나 열고 내다보시는가

중문턱 바삐 넘어 앞 안 보고 걸었더니

다친 팔 도진다마는 임은 어디 가신고.

                        12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13

썩이신 임의 속을 깊이 알 이 뉘 있으리

다만지 하루라도 웃음 한번 도웁과저

이저리 쓰옵던 애가 한 꿈 되고 말아라.

                       15

안방에 불 비치면 하마 임이 계시온 듯

닫힌 방 바삐 열고 볓 번이나 울었던고

산 속에 추위 이르니 임 어이 하올꼬.

                     17

태양이 더웁다 해도 임께 대면 미지근 ㅎ다

구십춘광(九十春光)의 한 우음에 멎었어라.

멀찌기 아득케나마 바랄 날이 언제뇨.

                     30

비 잠깐 산 씻더니 서릿김에 내 맑으리

연구름 뜨자마자 그조차도 불 이 없다.

맘 선뜻 반가와지니 임 뵈온 듯하여라.

                     37

이 강이 어느 강가, 압록이라 여짜오니

고국 산천이 새로이 설워라고

치마끈 드시려 하자 눈물 벌써 굴러라.

                      40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 풀 욱은 오늘 이 '살'부터 있단 말가

빈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옵소.

 

*신생2권 4호와 5호(1925)에 나누어 게재된, 전 40수의 연시조,

*주제는 어머님의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