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인간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을 하고 어느 정도 남들에게 알려지기 시작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 정보 안에는 때로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도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것이 꼭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용인시 백암면에 가면 ‘가창리’라는 마을이 있다. 그 가창리가 <가창(歌唱)>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이름이 심상치가 않다. 이 가창리 가곡마을에서 태어나 소리를 들으면 괜히 신명이 오르고, 소리만 하면 세상 시름을 다 잊고 온통 소리 속에 묻혀 지낸 소리꾼이 있다. 박상옥(58세.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510)씨는 그렇게 소리에 미쳤다고 스스로 표현을 한다. 현재 서울특별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21호 휘몰이잡가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무조건 소리가 좋았어요.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경기민요를 들으면 그것을 따라 부르곤 했죠. 학교에 가는 길에도 소리를 흥얼거리고 다닐 정도로 소리를 좋아했어요.” 어린 소년은 학교에 가는 길에 농사소리를 하는 마을 어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학교를 못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상여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배우려고 산 속에 혼자 들어가 소리를 하다가 마을 어른들에게 끌려 집으로 가서 혼쭐을 나기도 했단다. 그래도 소리를 접을 수가 없어 소리를 계속했다고 한다. “마을에서 소리를 하시던 상쇠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마을에 상이 났어요. 마땅히 선소리를 할 사람도 없고 해서 제가 소리를 했죠. 아마 타고난 팔잔가 봐요.” 웃음을 띠우며 이야기를 하는 박상옥씨의 소리 인생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저는 소리에 미쳤어요. 산다는 것 자체가 소리고, 소리를 해야 삶이 즐거우니까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소리에 미쳤다고 표현을 하죠.” 그만큼 소리가 좋고, 소리를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소리를 하던 박상옥씨는 전문적인 소리를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서울로 올라가 1973년에는 이창배선생의 문하에 들어갔다. “당시 선생님의 문하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창들이 즐비했어요. 그래서 더 노력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 날 제가 이만큼이나마 소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되었죠.” 그런 명창들과 함께 소리를 하면서 자신도 그만큼 해야겠다는 집념이 3년 뒤인 1976년에는 전국민요경창대회에 나가 당당히 1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주변의 권유로 소리 학원을 차렸다고 한다. “소리를 가르친다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어차피 제가 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소리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자 시작했는데 벌써 30년이 지나 버렸네요.” 빠르기가 살 같다고 표현을 한다. 그렇게 기다려 주지 않고 빠른 것이 세월이기에 남다른 노력을 했다. 그 결과로 그는 1996년 12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의 전수교욱보조자로 지정이 되었다. “그런 노력으로 1999년 7월 1일자로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21호 경기휘몰이잡가 보유자로 지정이 되었죠. 저는 고향이 경기도라서 인가 주로 경기민요를 많이 하게 되고, 사람들이 와서 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좋다고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조르죠.”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고 하는 박상옥씨. 그래서인가 늘 그의 학원에는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 “소리를 하면서 제가 참 안타깝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곳곳에 전승이 되던 향토의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소리는 그야말로 그것이 삶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그런 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우리가 우리 것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 소리 안에 모든 철학이 있다고 한다. 그런 소리를 잃으면 우리는 너무나도 자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세요. 영혼의 소리입니다. 그런 소리를 어디 가서 들어 볼 수 있나요. 하나라도 더 찾아내고 지켜 가야지요.” 그래서 많은 소리를 찾아내고 그 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소리를 한다는 박상옥씨. “이제는 우리 것을 하나라도 지키기 우해 남은여생을 보내려고 합니다.” 북을 치면서 소리를 하는 그의 얼굴에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
출처 : 하늘을 보세요. 그 곳에 꿈이 ~
글쓴이 : 늪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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