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스크랩]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전수조교 양길순

바보처럼1 2006. 6. 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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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춤을 추느냐?’ 하는 물음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재미로 춤을 춘다고 한다면 춤에 대한 소명 의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나무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재미로 춘 춤이 가르치는 선생님께 칭찬을 듣게 되고, 그 칭찬이 철없는 마음을,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가게 하였습니다. 10년 전에 첫 춤판을 열었습니다. 그 때 저는 그 춤판을 스스로 대견해 하였으나 미혹함에 깊은 부끄러움을 가졌습니다. 그 속에 젊음을 바칠 인생의 목표와 선생님의 흔적을 새겼으며 예술과 토속무속을 나름대로 생각하였습니다. - 1994년 10월 11일 양길순 고전무용 발표회 팸플릿에서


1994년이면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때 이미 10년 전에 첫 춤판을 열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춤의 연륜을 알만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전수교육조교 양길순씨(서울시 관악구 남현동 1056-27)는 그렇게 춤을 추어왔다. 당시 공연에 부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신 성경린 선생은 「(전략)거의 매년이다 싶은 김숙자류 무속무용 발표회, 한길무용회 춤판 공연 등의 고정 출연, 그리고 저의 양길순 전통무용발표회도 꾸준히 이어로고 있고 국외 공연도 활발하여 일본, 자유중국, 중화민국, 독일 등 스승과의 동행도 있어 그립고 영예롭기만 하였다.(중략) 여기 양길순은 김숙자 도살풀이춤의 모든 예능을 알뜰히 간직하고 그것을 드높게 춤추고, 또한,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동량지재인 것은 그가 김숙자 도살풀이춤의 조교이기에 잘 증명하고 있다.」고 하였다. 중앙대학교 정병호 명예교수는 「양길순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숙자 살풀이춤의 전수조교로 있는 무용가이다. 경희대 무용과 졸업 후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여 6개월여를 활동하다가 굿에서 출발한 종교적 춤을 공연무용으로 재창조한 김숙자씨의 문하생이 되어 13년간 우리나라 전통춤의 멋을 익혀왔다. 이렇듯 나름대로 자기 춤집을 만든 그는 전주대사습에서 무용분야 장원을 차지하였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를 비롯하여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였다. 또한 7회의 개인 발표회를 가지기도 하였으며 서울예술단의 안무도 담당하는 등 요즈음 주목할만한 무용가가 되었다.」고 적고 있다.


1978년 4월 처음으로 김숙자 무용학원에 입학을 하여 1984년에 제1회 양길순 전통무용발표회를 가질 만큼 뛰어난 재질을 보인 양길순씨는 1985년 제11회 전주대사습에서 무용부문 장원(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차지하면서 무용에 더욱 전념을 하였다. 1990년 10월 10일 김숙자 도살풀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고 난 후 1991년 평가를 거쳐 이수자가 되었고, 1991년 스승이신 김숙자 선생이 세상을 하직하자 그 동안 스승의 학원에서 강사로 많은 후배들을 가르쳐 오던 실력으로 후학들을 지도하기에 최선을 다했다. 1993년 보유자가 부재인 도살풀이춤의 전승을 위해 전수교육조교로 인정을 받았으니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도살풀이춤은 일반 살풀이와는 다르다. 경기도당굿의 굿거리 제차에서 화랭이나 단골들이 추던 도살풀이춤은 섭채와 발뻐드래, 자진굿거리로 이어졌다가 다시 섭채장단으로 마무리를 하는 어려운 춤이다. 도살풀이춤은 경기도 무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장단과 경기시나위를 그 반주로 삼고 있으며 목젖놀이, 발차는 사위, 용사위, 낙엽사위 등은 도살풀이춤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춤사위다. 경기도 계열의 춤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도살풀이춤은 그래서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벌써 전수교육조교로 지정이 된지 13년째이지만 타 종목의 무용이 많은 이수자를 배출하는데 도살풀이춤은 보유자 부재로 인해 이수자 배출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저 묵묵히 자신이 갈 길을 걷고 있는 양길순씨. 그 동안 수 없이 많은 무대에서 도살풀이춤을 추면서 스승의 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한시도 그 춤을 잊어 본적이 없다. 이제는 가슴에 남아있는 앙금이 가셔질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올바른 춤을 더 많은 후학들에게 전해줄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출처 : 하늘을 보세요. 그 곳에 꿈이 ~
글쓴이 : 늪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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