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것

와인다움을 찾아주는 작은 배려 디캔팅

바보처럼1 2007. 5. 19. 13:17
WeekEnd

[김석의 Let’s wine] 와인다움을 찾아주는 작은 배려 디캔팅

수줍음이 유독 많은 꼬마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는 법을 일깨워주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한복판으로 향한다. 그 순간 아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멈칫하지만, 어느덧 서서히 분위기에 맞춰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와인을 마시기 전,‘디캔터’에 와인을 따라 옮기는 ‘디캔팅’은 이런 것이다. 와인에서 당장 느낄 수 없는 내재된 그 무엇을 찾아주는 와인에 대한 ‘배려’다.

디캔팅으로 다시 태어나는 와인

와인을 공부하다 보면 디캔팅이라는 말을 사진과 함께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디캔팅의 정확한 의미는 위에서 간단히 언급했듯, 디캔터라는 독특한 용기에 옮기는 행위를 일컫는다.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서는 주인공이 명주실을 뽑듯 멋지게 ‘디캔팅’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디캔팅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와인다운 맛과 향을 선사하게 하는 이유는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순간을 되새겨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와인 향을 맡을 때 잔을 여러 번 돌리고 코로 가져가거나, 맛을 볼 때 한 모금 머금고 입 안을 적신 뒤, 입술을 모아 공기를 흡입하는데 이는 바로 ‘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와인 속에 배어 있던 맛과 향의 성분들을 하나하나 일깨우기 위함이다. 보통은 와인마다 마시기 좋은 적정 시기가 있는데 아직 그만큼의 시기가 오지 않아 와인이 너무 어려(young), 향은 열리지 않고 타닌만 강한 경우, 공기와의 접촉을 늘려 향을 깨우기 위한 디캔팅을 진행한다. 이럴 때 디캔터의 좁은 병 사이로 폴폴 올라오는 풍부한 향에 디캔팅을 하던 이도 디캔팅을 보던 이도 함께 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또한, 묵은 와인의 병을 불빛에 비추어 가라앉은 이물질이 눈에 띌 때 거치는 디캔팅은 이물질을 깔끔하게 제거해주고 투명함을 갖춘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와인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침전물로 해가 되지는 않지만, 마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먼저 병을 불빛 아래에서 보고, 가라앉은 침전물이 눈에 띈다면 디캔팅을 할 준비를 하면 된다.

시원하게 마시는 와인은 안해도 돼

그러나 디캔팅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와인이 디캔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실제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은 많지 않다.‘신의 물방울’ 만화가 큰 인기를 얻고, 디캔팅의 묘미를 만화를 통해 본 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디캔팅이 필요없는 와인에도 디캔팅을 굳이 요구하는 장면들도 종종 목격 될 정도다. 특히,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제외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은 굳이 디캔팅을 요하지 않는다.

디캔팅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먼저 침전물이 있는지 빛 아래에서 병을 비추어 확인하고, 근처에 조명등을 두고 조심스럽게 병을 연다. 디캔터를 와인의 병목에 대고 안정적으로 따르면서 와인을 거의 옮겼을 때쯤 침전물이 병목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이면 침전물이 흘려 나오기 전에 멈추도록 한다.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 모양의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병을 비스듬히 담는 도구로 병의 각도가 조절되어 손 떨림 없이 디캔터에 옮겨 담을 수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부회장 (금양인터내셔널 전무)

기사일자 : 200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