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품마을

(15)충북 보은군 서원권역

바보처럼1 2007. 5. 21. 02:17

[HAPPY KOREA] 충북 보은군 서원권역

랜드마크(landmark·표지물)는 특정 지역을 대표할 수 있고, 눈에 띄기 쉬운 목표물을 일컫는다. 서울의 남산타워나 여의도 63빌딩, 삼성동 무역센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랜드마크는 외지인들을 위한 요긴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랜드마크가 반드시 도시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농촌에서도 해당 지역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광의의 랜드마크는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다.

■ 500만원 덧간장 화제 ‘선병국 고가’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에는 지난해 1ℓ에 500만원에 팔린 덧간장을 보존해 화제가 된 99칸짜리 ‘선병국 고가’(古家·중요민속자료 제134호)가 있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인 조선시대 말기까지만 해도 임금의 친형제나 왕자·공주의 경우 50칸,2품 이상은 40칸,3품 이하는 30칸, 일반 백성들은 10칸을 각각 넘는 집을 지을 수 없도록 제한을 받았다.

1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하나씩 놓이면 3칸이다. 선병국 고가는 99칸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114칸으로 지어졌다. 즉 건립 당시에는 정부 규제를 어긴 ‘불법 건축물’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근 서원계곡과 더불어 연간 7만∼8만명의 발길을 이끄는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집 맏며느리인 김정옥(55·여)씨는 “덧간장은 새 간장을 담글 때 묵은 간장을 섞는 방식으로 350여년간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이라, 양이 많지 않다.”면서 “덧간장을 팔아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 보다는 뿌리 깊은 지역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병국 고가는 16년째 고시생을 위한 공부방으로 활용되면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곳을 거쳐간 고시생만 3000∼4000명에 이르고, 지금도 고시생 30여명이 이곳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다만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일부 건물이 소실돼 사랑채·안채·사당채 등 지금은 70칸도 남아 있지 않다.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건물과 담장 곳곳에 생채기와 같은 흔적을 볼 수 있다. 건물 주변에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숲도 상당 부분 원형이 훼손된 상태다.

선진규(54)씨는 “현상 유지도 힘들 정도로 관리가 벅찬 것이 사실”이라면서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보은 ‘랜드마크’ 대추

“적어도 달걀 크기만한 대추가 나와야 과일로서 대접받을 겁니다.”

영광 굴비, 나주 배, 대구 사과 등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쌓아올린 것이 아니다. 이같은 대표 브랜드는 곧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와 다름없다.

1611년 허균이 편찬한 ‘도문대작’은 ‘대추는 보은 지방이 제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보은 대추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기도 했다.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대추 생산에 알맞은 지역이다. 이곳 대추는 귤이나 사과, 배 등 다른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

명함에 ‘대추 군수’라고 새겨넣은 이향래 보은군수는 “대추의 쓰임새가 제수용품이나 한약재 원료 등으로 제한돼 있는데다, 건조시키면 가격도 떨어진다.”면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 개념으로 접근, 생대추를 브랜드화하면 다른 과일보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달걀 크기의 대추’를 상품화하고, 게르마늄 성분 등이 포함된 기능성 대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같은 명성을 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재배 면적이 200㏊에 불과해 경북 경산시의 700㏊에도 훨씬 못 미친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다.

서원권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쌀 이외에 특산품이나 별다른 소득 작목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대추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었다. 대추 재배 면적도 채 1㏊가 되지 않고, 주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보은군은 대추 재배 면적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1000㏊ 이상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방문객들을 위해 대추나무 가로수길 등 ‘볼거리’도 조성할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는 대추 축제도 열 계획이다.

이 군수는 “대추를 막상 재배해 보면 쉽지 않다고 하지만, 상품성 있는 과일을 생산하려면 그만큼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무작정 심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경쟁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뿌린만큼 거둔다

농촌이 정체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소득 구조를 통해 ‘뿌린 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은 서원리·장내리·하개리·봉비리를 포괄하는 지역으로,350여 가구 8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령자·은퇴자 등을 제외한 경제 활동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간 1860만원 정도다.

이 중 전통적인 벼·밭농사에 종사하는 160여가구는 평균 소득이 연간 1000만원 정도다. 게다가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식품도 내세울 게 없다.

반면 ‘황토 사과’ 등으로 특화한 과수농가 14가구는 평균 4500만원,‘조랑우랑’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한우 등 축산 농가 20가구는 평균 6000만원의 소득을 각각 올리고 있다. 고시원·식당 등 농업 이외의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비농가 31가구의 평균 소득은 2350만원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다른 변수를 무시할 수 없지만, 주민간 소득 격차는 특화 작물을 개발하거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농촌 경제 활성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친환경 생태마을로

충청도는 양반 고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은 동학혁명 당시 처음으로 민중 집회가 열렸으며,‘과부도 시집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상소문을 올렸을 정도로 이른바 ‘깨어 있는’ 마을이다.

속리산·서원계곡과 같은 빼어난 경관자원은 물론, 우체국·보건소·쇼핑센터·문화센터 등 기본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개통되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속리산IC가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향상된다.

구연견 외속리면장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이 추진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토지 보상을 받은 주민 가운데 15가구가 이곳으로 이주를 했거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립공원 지역으로 개발에 제약이 많은 만큼 귀농자, 은퇴자 등에 적합한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속리산에서 발원해 마을을 가로지르는 삼가천을 정비하는 데 58억원, 콘크리트 구조물인 용수로를 자연형 수로로 복원하는 데 3억원 등 향후 3년 동안 2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상래(53)씨는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를 활용한 주말농장과 가로수길 등도 조성할 예정”이라면서 “마을 안에 위치한 군 부대 이전 문제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기사일자 : 2007-05-21    11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