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다 아버지, 부르면 그제야 너 왔냐, 웃으신다
갑자기 식어버린, 열려 있지만 더 이상 피가 돌지 않는 저 눈동자 속에 어느 손이 진흙을 메워버렸나
괜찮다, 한 눈은 아직 성하니 세상을 반쯤만 보고 살라는 모양이다 조금씩 흙에 가까워지는 게지,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고요한 진흙 눈동자, 그 속에 앞산의 나무 몇 그루 들어와 있다
나희덕 시집 ‘사라진 손바닥‘에서 |
2005.01.21 (금) 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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