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진흙 눈동자

바보처럼1 2007. 8. 5. 09:27
 
[詩의 뜨락]진흙 눈동자
진흙 눈동자

몇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다

아버지, 부르면

그제야 너 왔냐, 웃으신다

갑자기 식어버린,

열려 있지만 더 이상 피가 돌지 않는

저 눈동자 속에

어느 손이 진흙을 메워버렸나

괜찮다, 한 눈은 아직 성하니

세상을 반쯤만 보고 살라는 모양이다

조금씩 흙에 가까워지는 게지,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고요한 진흙 눈동자,

그 속에 앞산의 나무 몇 그루 들어와 있다

나희덕 시집 ‘사라진 손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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