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바보처럼1 2007. 8. 5. 09:24
 
[詩의 뜨락]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집에서 오분 늦게 나왔다

빙판에서 한 번 넘어지고

횡단보도 신호등은

고장이 나 있었다 집 밖에서는

오십 분이 늦어지고 있었다

주머니 속엔 추첨일이

지난 올림픽 복권과 보험카드

버스표 세 개

꺼진 브라운관 색깔로

하늘이 낮아진다

무언가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무엇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을 타야겠다

다섯 시간이 늦고 있다

너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까지도

나에게는 하고 싶었다

땅 속에서 검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런데,

자네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이문재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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