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오분 늦게 나왔다 빙판에서 한 번 넘어지고 횡단보도 신호등은 고장이 나 있었다 집 밖에서는 오십 분이 늦어지고 있었다 주머니 속엔 추첨일이 지난 올림픽 복권과 보험카드 버스표 세 개 꺼진 브라운관 색깔로 하늘이 낮아진다 무언가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무엇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을 타야겠다 다섯 시간이 늦고 있다 너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까지도 나에게는 하고 싶었다 땅 속에서 검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런데, 자네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이문재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에서 |
2005.01.07 (금) 1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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