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 ||
무를 깎아 먹는다
희디흰 무쪽 한입 베어 먹으면
이제 잇몸도 무른 것인가
붉은 피 한 점 선연히도 찍혔다
속이 쓰리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끝을 보고서야 아랫배를 쓸어내린다
문득 이것들 다 옛날 그 겨울밤
다름아닌 그대로다
이렇게도 따라가며 닮아가는가
흑백사진처럼 유년을 더듬는 겨울밤
추억은 문풍지처럼 흔들리며
아련하다
박남준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에서
2005.02.04 (금) 1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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