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바보처럼1 2007. 8. 5. 09:30
[詩의 뜨락]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무를 깎아 먹는다

희디흰 무쪽 한입 베어 먹으면

이제 잇몸도 무른 것인가

붉은 피 한 점 선연히도 찍혔다

속이 쓰리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끝을 보고서야 아랫배를 쓸어내린다

문득 이것들 다 옛날 그 겨울밤

다름아닌 그대로다

이렇게도 따라가며 닮아가는가

흑백사진처럼 유년을 더듬는 겨울밤

추억은 문풍지처럼 흔들리며

아련하다

박남준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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