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라면에 대한 단상

바보처럼1 2007. 8. 5. 09:36
 
[時의 뜨락]라면에 대한 斷想
라면에 대한 斷想

파란 불꽃 위에서

쓸쓸한 오후가 익고 있는 것을

김이 서리는 안경 너머로 나는 보았네

펄펄 끓는 심장 속에서

지치도록 심방과 심실을 오가던

기관차 같은 정열이 증기를 뿜어 올리네

그래 사랑은

온전히 끓여야만 제대로 익는 것이지

깊은 밤 몰래하는 연애처럼

바스락거리는 네 옷을 벗기고

알맞게 부풀은 젖살을 입에 물어

뜨겁게 출렁이는 불꽃으로 애무하다

비등 점을 향하여 치달아 올라

나도 그만 후끈 달아올라

입술이 데이도록 욕망을 집어삼키네

눈물도 없이 마르게 부서지던

가슴 안에 이렇게 긴 인연을

어찌 감추고 살았을까

노릇하게 잘 익은

연애 한 소절이 후루룩

허기진 오후의 고개를 넘어가네

김상훈, ‘詩와창작’200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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