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봄나무

바보처럼1 2007. 8. 5. 09:33
[時의 뜨락]봄나무
한그루 나무가 있다

나무 옆에는 연못이 두껍게 얼어 있다

나무는 연못에 물을 담아두었다 길어 마시며

오랫동안 목마름의 깊이로 출렁였다

그렇게 연못도 물이 늘었다 줄어드는 것을

나무 속을 드나들며 알았다

겨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넘어지면 서로 빠질 듯한 거리

그 거리를 좁혀 마주한

나무와 연못

그윽하게 서로 눈만 바라보고 있더니

가운데부터 그렁그렁한 눈우물 솟아

순간 연못에 얼음이 쩌억,

이제 오래 전 나무에게서 받아두었던

연뭇의 물이 나뭇가지의 눈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최창균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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