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35)주성장(鑄成匠) 박한종씨

바보처럼1 2007. 8. 8. 21:44
▶한국의 名人◀ (35) 주성장(鑄成匠) 박한종씨
주성장(鑄成匠) 박한종씨
(부산=연합뉴스) 민영규기자 = '에밀레종'의 제작방법인 '사형주조법'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승.발전시키고 있는 주성장(鑄成匠) 박한종씨가 20일 종의 내부가 될 형틀을 가리키며 종 제작기법을 설명하고 youngkyu@yna.co.kr">있다.

  youngkyu@yna.co.kr (끝)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의 소리에 버금가는 종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바라만 봐도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종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밀레종 주조공법인 사형주조법을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종의 달인' 박한종(朴漢鍾.66)씨의 말이다.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서 운영중인 홍종사(弘鍾社)의 작업장에서 만난 박씨는 양손에 달라붙어 있는 흙덩어리를 물로 씻어낸 뒤 "종을 만드는 것은 쇠를 다루는 게 아니라 흙을 다루는 것"이라며 천년을 이어가는 `종의 세계'로 안내했다.

   1941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박씨는 16세 때인 1957년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스승인 김석정씨가 운영하던 청종사(靑鍾社)에 입사하면서 종과 인연을 맺었고, 2004년 10월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됐다.

   종 만드는 일을 단순한 직업으로만 여겼던 박씨가 자신의 일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혼을 불어넣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로부터 "아빠가 역사에 길이 남는 종을 만드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서다.
박씨는 이때 자신이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화유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종을 만드는 방법은 밀랍으로 형틀을 만들고 주변을 흙으로 싼 뒤 밀랍을 녹인 자리에 쇳물을 붓는 '밀랍형 주조공법'과 합성수지와 배합사를 섞어 형틀을 만든 뒤 쇳물을 붓는 '펩셋트 주조공법', 마사토와 진흙을 섞어 형틀을 만든 뒤 쇳물을 붓는 '사형주조공법' 등 3가지가 있다.

   최근에는 주로 '펩셋트 주조공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사형주조공법'으로 종을 만드는 장인은 박씨가 유일하다고 한다.

   박씨가 '사형주조공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마사토와 진흙을 섞어 만든 형틀이 3천600도 가량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어 구리와 주석 등 금속물질만으로 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공법의 경우 형틀이 견딜 수 있는 온도의 한계로 인해 주석 대신 카본을 사용해야 하는 탓에 종의 내구성이 떨어지고, 맑으면서도 은은한 소리를 낼 수 없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그는 "'사형주조공법'을 사용하면 종의 표면이 다소 거칠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종은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혼을 맑게 하는 소리를 듣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씨가 종을 만들 때 소리의 양과 질, 맛에 중점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멀리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소리를 내면서도 맑고 은은해야 하며 누가 들어도 싫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을 만드는 과정은 쇠를 주로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의 상식을 깬다.

   마사토와 진흙, 한지를 섞어 종의 내부가 될 형틀을 만들고, 같은 방법으로 종의 외부 문양을 새긴 형틀을 만드는 것이 제작공정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종을 만드는 것은 쇠를 다루는 게 아니라 흙을 다루는 것"이라는 박씨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형틀에 한지를 넣는 것은 쇳물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이를 두고 "숨을 쉰다"고 말하는데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면 종의 표면에 기포가 생겨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게가 20-30t까지 나가는 대종을 제작하는 데는 박씨를 포함해 5-6명이 달라붙어도 평균 6-7개월 가량 소요된다.

   박씨는 지금도 대종을 만들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종이 둔탁해 보이지만 너무나 예민해 두께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도 소리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6-7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는 종이 탄생하면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는 박씨는 종 제작을 의뢰한 쪽에서 마음에 들어해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자식 같은 종을 언제든지 녹여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눈물을 삼키며 녹여버린 종만 해도 수십개에 달한다.

   박씨는 "단순히 모양이 좋은 쇳덩어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천년을 이어갈 문화유산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종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씨의 손을 거쳐간 종은 200여 개인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종이다.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독립기념관에 걸린 '통일의 종'과 '부산시민의 종', '김천시민의 종', 경기도 안산에 있는 '새천년종', '음성군민대종', 경남 청도 대국사의 '범종', 경남 김해 은하사의 '신어범종', 제주 약천사의 '범종',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종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무게가 18.7t 가량인 '김천시민의 종'은 타종시 2분여 간 맑고 은은한 소리를 내 에밀레종의 소리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씨는 "에밀레종은 당시 제작기술의 한계로 인해 종에 흙덩어리가 상당히 포함돼 있지만 지금 내가 만드는 종은 이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에밀레종을 능가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듯이 보기만 해도 그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종을 만드는 게 소원"이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또 "종을 만드는 것이 흙과 쇳물을 다루는 힘든 작업이다 보니 제작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종 제작법이 후세에 전승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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