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42)소목장(小木匠) 정진호씨

바보처럼1 2007. 8. 8. 21:54
▶한국의 名人◀(42)소목장(小木匠) 정진호씨
"소목공예도 정밀작업입니다"
(진주=연합뉴스) 지성호기자 = 소목장 정진호씨가 이층장을 제작하면서 정밀이 생명인 금긋기작업을 하고 있다.<<지방기사 참조>>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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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훌륭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선 30년 이상 충분히 건조된 나무를 사용해야 합니다"
경남 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 정진호(56.경남 진주시 명석면)씨는 `소목(小木)'이 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소목을 만드는 재료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수 십년간 소목을 만드는 외길을 달려 온 장인의 열정과 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정씨는 목재 건조실을 소개했다. 100평이 넘는 공터에는 수 십그루의 원목이 벌목당시의 모습 그대로 쌓여 있었고, '단원공방' 2층에 마련된 50여평의 건조실에는 규격에 맞게 잘려진 원목이 놓여 있었다.

   공터의 원목은 최소 5년 이상, 건조실의 원목은 최소 6개월 이상 된 것이라고 한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 건조실에는 장롱 등 만들려는 소목의 규격에 맞춰 정밀한 치수로 잘라진 나무가 한달 이상 건조되고 있었다.

   "나무가 머금고 있는 수분이 완전히 빠져 나가야 가구를 만들어도 뒤틀어지지 않아요.적당하게 건조된 나무를 사용하면 습기가 많은 방 안에서는 전체가 뒤틀어져 사용할 수 없게 된답니다".

   정씨는 재료부터 소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목은 집안에서 사용되는 장롱, 찬장, 지함 등 작은 가구를 말하며 이를 만드는 사람을 소목장(小木匠)이라 칭한다.

   조선시대 목가구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정씨는 1988년 제14회 전승공예대전에 출품한 '숭숭이 반닫이(옷을 넣는 사랑방 가구)'로 장려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각종 공예대전과 불교미술전람회 등에서 모두 30여 차례 상을 받았다.

   정씨가 소목장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정씨는 16살이었던 1967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당시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던 중 조각작품을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에 자장면 배달을 나간 것이 인생 행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정씨는 조각기술에 매력을 느껴 이 업체의 사장에게 매달린 끝에 월급을 받지 않은 채 2년간 기술을 배웠다.

   정씨는 웬만큼 기술을 익히자 조각문향 기술이 필요한 의자공장으로 직장을 옮긴데 이어 일본 수출용 불단조각(가정에 모시는 부처님)을 만드는 업체에서 근무했다.

   이후 1976년 군에서 제대한 뒤 정씨는 "나무로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조각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소목업으로 유명한 진주를 찾아 당시 이조공예사를 경영하던 김동진(작고)씨로부터 전통가구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씨는 "선배들이 자신들의 연장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면서 "작업에 필요한 대패 등 연장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그는 저명한 소목장이었던 정돈산(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작고)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소목 기술을 배운 끝에 1996년 현 위치인 명석면 우수리 711-44번지에 단원공방을 차렸다.

   정씨의 소목공예는 전통기법을 그대로 전승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상감기법(무늬가 좋은 나무에 홈을 파고 흑감으로 3선을 넣는 기술)과 목조각 기능은 소목공예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정씨의 작품은 불교계에서 호평을 받아 현재 부산 광명사의 법단과 합천 해인사의 3개 연(가마), 광양 삼광사의 법단 등은 모두 그의 손에서 제작됐다.

   그의 전통기법은 아교풀과 민어풀을 끓이는 모습에서 확연하게 볼 수 있다.

   일반 가구공장의 경우 본드 등 접착제로 화학풀을 사용하지만 정씨는 소 가죽을 끓여 만든 아교풀과 민어의 부레를 끓여 만든 부레풀만을 고집한다.

   석유풍로위에 페인트가 담겼던 철재통을 절반으로 잘라 그 속에 물을 부은 뒤 아교 등을 넣은 작은 철재통이나 단지를 넣는 중탕방법으로 풀을 끓이는 과정을 거친다.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가구에 전통의 풀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죠. 그래야 제 멋이 살아나고 재료로 사용된 나무들이 수 백년간 튼튼하게 붙어 있어요"
정씨는 아교와 민어 부레를 재산목록에 올려 놓고 있으며 평소에도 무명지로 겹겹이 싸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이어 정씨는 소목을 제작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우선 실측도를 모눈지에 도면해 치수를 확인하고 이 치수대로 목재를 재단한 뒤 크고 작은 나무를 깎고, 홈을 내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부분적으로 짜맞춤한 이후 완전한 몸통을 조립하고 문짝을 붙인다.

   이어 옻칠이나 유약칠을 여러번 반복해 재질에 부드러운과 아름다움을 주고 흑동, 백동, 신주로 만든 장석을 단다.

   무척이나 간단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지만 제작과정은 적게는 3~4개월, 길게는 5년까지 걸린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나무와 나무의 이음부분과 문짝크기 등은 0.1㎜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 과정이 필요하다.

   정씨는 "정밀작업은 시력이 좋아야하는데 제 나이를 볼때 이 같은 작업을 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에 불과해요"면서 "그래서 이 기간 많은 작품을 만들려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정씨는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이층장(아래부분과 윗부분이 떨어지지 않는 장롱)을 만들고 있다. 올 연말께 작품을 완성하면 1천500여만원 정도에 팔 생각이라고 한다.

   소목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정성을 쏟아야 할 일로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씨는 "좋은 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전국 어느곳이나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느티나무와 오동나무 등은 그의 재산목록 가운데 맨 위쪽에 올라있다.

   수 년전부터 제자로 키우고 있는 아들 연오(28.진주산업대 재학)씨가 이 재료들로 자신 보다 더욱 훌륭한 소목을 만드는게 그의 소망이다.

   shch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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