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 10만원씩이 걸린 심각한 내기 골프를 하던 골퍼가 도로와 가까운 마지막 홀에서 절호의 버디 찬스를 맞았다.
신중하게 그린을 살피며 버디 퍼팅을 준비하던 그가 골프장 옆으로 지나가던 영구차 행렬을 발견하자 갑자기 숙연해졌다.
쓰고 있던 모자까지 벗어들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채로 장례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예의 바르게 서 있는 것이었다.
행렬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다시 퍼터를 집어들고 홀컵을 겨냥했다.
버디를 노리면서 퍼팅 라인을 읽는 그에게 동료가 물었다.
“자네답지 않게 무슨 일인가? 지나가는 장례행렬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그 중요한 퍼팅을 중지하다니….”
사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지금 지나간 게 바로 25년 동안 같이 살아온 마누라의 장례행렬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