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방
송 종 찬
거미는 몸을 풀어 선을 만들고
얽힌 선 위를 오고 가지만
그물에 발이 걸리지 않는데
나는 내가 만든 인연에
자주 발이 걸려 넘어졌다
거미는 가로 세로 선을 엮어
사각형의 면을 만들지만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데
나는 내가 만든 벽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밤 울부짖던 태풍에
거미줄은 가늘게 흔들렸을 뿐
찢어지지 않았는데
나는 기울어진 전봇대처럼
불안한 잠의 수면 위를 오르내렸고
―신작시집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작가)에서
▲1966년 전남 고흥 출생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막차’ 등
2007.10.27 (토) 0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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