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뜨락]
- 공(空)차기
강 상 기
저녁노을 지기 전
바닷가 모래밭에서
신나게 공차기를 하였다
갑자기 공이 바다로 날아갔다
공은 둥둥 바다 위에 떠간다
모두가 그 공을 바라보고 있다
한 사나이가 공을 잡으러 바다로 뛰어든다
한참을 헤엄쳐 가던 그 사나이
바다에 가라앉는다
아직도 바다 위에 뜬 공
공차기를 하던 사람들의 열기는
한 사나이와 함께 식어버렸다
노을은 아찔한 현기증으로
수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신작시집 ‘민박촌’(시와에세이)에서
▲1946년 출생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이색풍토’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산문집 ‘빗속에는 햇빛이 숨어있다’ 등
- 기사입력 2008.03.07 (금)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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