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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Owner Chefs in SEOUL] 이들이 있어 서울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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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방배동 서래마을, 광화문까지 서울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곳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기고 또 생긴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레스토랑, 서비스 좋은 레스토랑,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추천해야 한다면 어떤 곳을 꼽을 수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레스토랑 중 까다로운 미각과 냉철한 시선으로 고르고 고른 레스토랑이 모두 오너 셰프 레스토랑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터. 대한민국 서울의 다이닝 신은 맛과 서비스,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오너 셰프의 힘으로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식문화 전문가 5인과 <럭셔리> 에디터들이 2008년 5월 현재 대한민국 서울의 미각을 이끄는 20인의 오너 셰프를 선정해, 그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요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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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핑크빛 테이블과 로맨틱한 꽃 한 송이로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내부. 2 ‘예환’을 찾는 이들에게 가식없는 웃음으로 환대하는 배예환 셰프. 3 라즈베리와 망고 소스로 맛을 낸 ‘예환’의 안심 스테이크.
요리로 손님과 대화하는 맛있는 인생! 배예환, 예환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보다는 친한 친구 또는 연인과 몰래 즐기고 싶은 곳이 이태원 경리단길에 자리한 ‘예환’이다. “찾아오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았으니 청담동 일대에서 일하는 셰프보다 한 템포 느리게 갔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어렵게 발걸음한 분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데는 남보다 빨랐답니다.”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올린 그린 샐러드와 통오징어 구이를 곁들인 애피타이저, 가리비 모양의 그릇에 담겨 나오는 매콤한 새우 리소토는 이탤리언에 베이스를 둔 요리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안심 스테이크도 라즈베리와 망고로 맛을 낸 소스를 얹어 예환만의 색깔을 더한다. 다만 색깔 있는 디저트 메뉴가 없는 점이 아쉽다. 이곳에 온 지 어느덧 7년, 이제 단골손님이 그녀의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되기도 하고, 그녀도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카운슬러 역할을 한다. 다음 달부터 선보이는 ‘와인 테이스팅 코스’ 역시 보르도에서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고 귀국한 단골 고객이 제안한 아이디어라고. 최근에는 지인들의 하우스 파티 케이터링부터 기업의 론칭 파티 플래닝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 “오너 셰프가 된 이후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 물론 주방과 홀, 레스토랑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더해졌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제가 이 모든 과정의 디렉터가 되어 제 한계를 실험해보고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기회잖아요.” 사람이 재산이라는 요리 철학을 가지고, 하루하루 새로운 꿈을 꾸는 그녀에게 또 어떤 기회가 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문의 798-4752 (CHR)
 1 꾸밈없는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이는 김인수 셰프. 2 ‘그안 ’은 오픈 키친으로 설계되어 손님들이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다.
풍성하고 소탈한 그만의 요리 김인수, 그안에 맛있는 이탈리안 김인수 셰프를 이야기하자면 ‘안나 비니’를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 청담동 터줏대감이던 안나 비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가정식으로 인기를 모았으며, 그를 비롯한 안나 비니 셰프들 역시 주목받았다. 함께 일하던 셰프들이 다른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도 장충동의 ‘그안’으로 오게 되었다. “호텔 근무와 유학 경험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여서 이탈리아로 요리 여행을 갈 생각이었어요. 평소 친하던 그안의 매니저가 파스타 부분을 도와달라고 부탁해 몇 달만 있기로 한 것이 어느덧 8년이 지났습니다.” 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그안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전체적인 매니지먼트까지 담당하는 오너 셰프가 되었다. 라퀴진 박성주 이사는 그에 대해 “밑바닥부터 일을 배웠기 때문인지 레스토랑 매니지먼트에 탁월하다. 단골뿐 아니라 직원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 직원들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도록 재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요리에 뜻을 둔 장기 근속자가 많고, 레스토랑 운영도 안정적이다. 그의 주특기는 파스타. 풍성하고 소탈한 안나 비니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지만 좀 더 정갈하게 정리한 김인수식 이탤리언 요리로 완성했다. 주 6일, 런치부터 디너까지 직접 주방을 관리하며 수필집 출간과 세컨드 레스토랑 오픈 준비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그이지만, 그안의 이탈리아 와인 셀력션을 강화하기 위해 와인 공부에 매진하며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문의 6325-6321 (LYC)
 1 사람들 앞에 나서기보다 주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너 셰프의 도리라고 말하는 김형규 셰프. 2 ‘비스테까’의 대표 메뉴 립 아이 스테이크.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김형규, 비스테까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비스테까’는 군더더기 없는 아담한 공간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산 아랫자락 경치가 전부다. 요란한 인테리어 소품도, 눈에 띄는 고급 가구도 없는 내부는 ‘실험성’보다는 ‘정석’에 충실한 그의 요리 스타일과 많이 닮았다. 경희대학교 호텔경영대학 조리과를 졸업한 후, 밀레니엄 힐튼 호텔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일 폰테’를 거쳐 1989년부터 17년간 ‘라 쿠치나’에서 총주방장을 지냈다. 국내 이탤리언 셰프의 1세대인 셈이다. 서울 시내 이름난 이탤리언 레스토랑의 셰프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곳으로 유명한 그곳에서 내공을 쌓고, 그 이웃 격인 지금의 비스테까 자리에서 독립한 지 2년이 지났다. “저희 스테이크는 볼품없을 정도로 심플합니다”라며 내놓는 립 아이 스테이크가 대표 메뉴. 아스파라거스 한 조각 얹은 것이 전부다. 지글거리는 접시의 요란함도 없이, 요란스러운 데커레이션이나 가니시 없이 감칠맛 나는 스테이크 한 조각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파스타 역시 소스의 맛보다는 입 안에서 탱탱하게 살아 있는 질감을 중요시한다. 매일 새롭게 뽑아내는 생면을 고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큰 통에서 주걱으로 ‘퍼 주는’ 티라미수도 소박하면서도 털털한 그의 면모를 드러내는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올 하반기쯤에는 레스토랑을 2층으로 확장해 새로운 공간에서는 지중해풍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문의 792-7746 (CHR)
 1 높은 천장으로 더욱 넓어 보이는 ‘그란구스또’의 실내 공간. 2 뒤늦게 시작했지만 안정적인 성공을 거둔 이경태 셰프. 3 포트 와인, 토마토, 파슬리 소스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
요리사는 맛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이경태, 그란구스또 ‘이런 곳에 저런 레스토랑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란구스또’의 위치는 의외다. 2004년 오픈 당시만 하더라도 한적하던 대치동 사거리에서 과연 장사가 될까 싶었던 것이 사실. 게다가 이경태 셰프는 늦깎이 요리사로, 그란구스또 외에는 특별한 요리 경력이 없는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했지만 가족의 반대가 심했어요. 1982년 미국에 MBA 공부하러 간 것이 오히려 요리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되었죠.”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식재료를 접하면서 직접 요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는 3년 후 귀국해 퓨전 일식집을 열었지만, 경험 부족 때문인지 얼마 안 가 문을 닫고 다른 사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어 그란구스또를 오픈했고, 서서히 그의 요리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오늘의 그란구스또를 만든 ‘고등어 파스타’는 지금까지도 가장 대표적인 메뉴로 불린다. <쿠켄> 이은숙 편집장은 “분위기나 다른 어떤 것보다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세트 메뉴’를 내놓은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 4~5가지 중 메인 요리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손님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주방에만 있는 것을 아쉬워하자, 그는 “셰프는 주방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자신은 오너 셰프가 아니라 직원들을 돕는 ‘오너 헬퍼’라며 스스로를 감추는 겸손함까지 갖췄다. 문의 556-3960 (LYC)
 1 최상의 재료로 만드는 ‘야마모토 스시’의 모둠 스시. 2 야마모토 사다오 셰프와 스태프.
오리지널 스시로 승부한다 야마모토 사다오, 야마모토 스시 청담동 뒷골목에 위치한 ‘야마모토 스시’는 2개의 룸과 3개의 테이블, 스시 바가 전부로 공간은 협소하지만 맛은 첫손가락을 다투는 곳이다. 이곳을 이끌어가는 수장은 야마모토 사다오.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는 “우리나라의 스시는 안효주의 스시효와 야마모토 사다오의 야마모토 스시가 대표한다”고 말했다. 일흔 가까운 나이의 야마모토 상은 롯데 호텔 일식당에서 15년간 근무했으며,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일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시의 경우 우메 소스나 시소, 폰스 등을 곁들여 장식이 화려하다. 최고급 스페인산 참치 뱃살, 도미, 광어, 단새우, 학꽁치 등이 어우러진 스시 코스는 야마모토 스시의 대표 메뉴. 저녁 메뉴는 그날 물 좋은 생선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가격과 종류가 조금씩 달라진다. 직접 재배한 박하 잎을 으깨어 넣은 셔벗이나 유자와 오렌지를 섞어 만든 셔벗 등 디저트까지 깔끔하다. 스시를 주문할 경우 야마모토 상이 직접 서빙하면서 어떤 재료인지, 어떤 것과 곁들여 먹어야 맛있는지 일일이 설명해준다. 전화 예약을 받거나 서빙할 때 스태프의 기본적인 서비스가 미흡해 요리로 얻은 점수를 살짝 깎는다는 느낌이다. 비즈니스 모임이라면 룸을 예약하는 것이 좋지만, 스시를 제대로 맛보려면 바에 앉아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 낫다. 문의 548-2031 (LYC)
 1 여경옥 셰프가 23년의 호텔 생활을 접고 광화문에 오픈한 중식당 ‘루이’. 2 더욱 편안한 장소에서 부담 없는 가격에 여경옥 셰프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솔직히 기쁘다고 말하는 단골이 많다. 3 친근한 음식 위주의 메뉴지만 고급 요리도 몇 가지씩 선보인다. 4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중식 고수‘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다 여경옥, 루이 신라 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의 얼굴이 안효주였다면 중식당 ‘팔선’의 얼굴은 여경옥이었다. 1984년 입사해 약 10년 후인 1995년에 팔선의 주방장이 됐고 작년까지 근무했으니 신라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23년이다. 직원 개인의 매스컴 출연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신라 호텔이었지만 그는 잡지와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요리책도 두 권 출간했는데, 모두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최고급 호텔 중식당 주방장의 행보라기에는 다소 의외지만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그가 작년 말 광화문에 오픈한 식당 ‘루이’는 누구나 부담 없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 메뉴는 고급 요리도 있지만 친근하고 부담 없는 음식 위주로 구성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서비스를 칭찬하는데, 직원들이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메뉴 설명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해주며, 손님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100석이라는 작지 않은 규모에 정식 오픈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음식 맛, 서비스, 분위기 등 모든 것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여경옥의 오랜 경륜과 내공이 느껴진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는 “이곳의 매력은 평범하고 친근한 중국 음식을 아주 잘 요리해내는 것”이라며 ‘바삭하면서도 말랑한 탕수육’과 ‘유린기油淋鷄’를 최고의 메뉴로 꼽았다. “흔한 음식이라 편하지만 대신 뻔하다는 단점도 있다. 메뉴 수가 적다는 것도 때론 아쉽다”고도 했다. 여경옥 셰프가 펼칠 수 있는 요리 세계는 넓다. 그러니 이 숙제는 머지않아 해결되지 않을까? 문의 736-8889 (SHS)
 1 퓨전 일식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옌’의 내부 룸. 2 손님을 통해 오늘도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한다는 남경표 셰프. 3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에 중점을 둔 ‘옌’의 포테이토 만주.
손님의 칭찬도, 칼 같은 비판도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남경표, 옌 1990년대 후반 청담동 일대에 퓨전 바람을 주도한 ‘시즌스’와 ‘무비’의 중심에는 남경표 셰프가 있다. 핫토리 영양 전문학교를 한국인 최초로 수석 졸업했다는 화려한 타이틀을 바탕으로 일식과 프렌치에 충실한 메뉴 구성으로 해외 여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맛을 선보인 것. 그로 인해 스시와 사시미로 대표되는 일식은 프렌치에서 영향을 받은 데커레이션을 더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힙한’ 메뉴로 등극했다. 세계미식문화연구원 송희라 원장은 “명란 치즈 감자, 슬라이스한 스테이크와 튀긴 마늘이 어우러진 샐러드 등 모던 재퍼니즈 푸드를 선보인 최초의 요리사”라고 말했다. ‘옌’에 보금자리를 튼 지 벌써 5년.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씩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직접 장을 보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신선한 맛을 유지한다. 차가운 가지 조림과 성게알, 옌 스타일의 쇠고기 다다키 샐러드는 “아무리 화려한 소스라도 최고의 식재료 맛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그의 요리 철학을 그대로 담은 대표 메뉴다. 오너 셰프로서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 세 가지를 묻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 외국어, 독서”를 꼽는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이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3개국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인문학 도서를 틈나는 대로 읽으면서 훌륭한 요리사 이전에 자아가 제대로 정립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의 542-3186 (CHR)
 1 ’대장금’의 홍어찜. 오방색이 고루 담겼다. 2 장충동에 위치한 ‘대장금’. 작은 앞마당과 장독이 정겹다.
식탁 위에 계절을 차리고 생명을 차린다 김인숙, 대장금 사람들에게 밥해주는 게 좋아 겁없이 시작했는데, 벌써 근 20년이다. 이곳의 오너 셰프 김인숙은 1993년 삼성동에 ‘토방’이라는 한식당을 열었고, 2001년 장충동에 같은 이름의 식당을 하나 더 오픈했다. 양쪽 다 규모는 200석. 2003년 상호를 ‘대장금’으로 바꿨다. 그녀가 이 이름을 선택한 것은 드라마의 후광을 기대해서만이 아니었다. 당시 상표권 문제로 상호를 바꿔야 했는데, 마침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것.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음식 철학과 드라마 속 인물 대장금의 그것이 일치해 주저 없이 이 이름을 선택했다. 철 잃은 채소가 1년 내내 식탁을 점령하는 요즘이지만, 그녀는 장을 보러 직접 전국을 누비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식탁 위에 계절을 차린다. 20년이 다 되도록 공장에서 나온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은 단 한 번도 식당 문턱을 넘은 적 없다. 김치와 장은 기본이고 식초도 열댓 가지나 직접 담근다. 유자청, 매실청, 솔잎청 등 온갖 발효액도 담근다. 그러니 그날 메뉴와 무관하게 이곳 주방에는 날마다 큰 이벤트가 벌어진다. 한식이 새로워져야 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녀는 “잊힌 옛 음식을 찾아 그 원형을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새롭게 느낄 음식을 얼마든 선보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쿠켄> 이은숙 편집장은 그녀를 일컬어 “솜씨와 마케팅이 함께 되는 오너 셰프”라고 평가하며 “과하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게 포장한, 제대로 된 슬로 푸드를 선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의 2233-3113 (SHS)
 1 파티션에는 이국적인 거리 풍경을 담은 사진 액자들이 걸려 있다. 2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박성곤 셰프. 3 ‘라 트루바이’의 대표 요리 부야베스.
프랑스 요리와 쉽게 친해지는 방법 박성곤, 라 트루바이 ‘프랑스 요리’라고 해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옷차림을 하고 비싼 요리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면 대중적인 레스토랑도 있게 마련. 그런 의미에서 ‘라 트루바이’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부담 없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컨셉트를 정한 듯하다. 박성곤 셰프는 런던 코르동 블루 졸업 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미라벨’과 힐튼 메트로폴 호텔을 거친 후 귀국해, 어려서부터 살던 방배동 서래마을에 라 트루바이를 오픈했다. 이곳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데에는 주말에 즐길 수 있는 ‘브런치’가 큰 몫을 차지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브런치가 한창 붐을 이루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죠. 프랑스 사람들이 비스트로에서 즐기는 친숙한 메뉴들을 준비했습니다.” 1만~2만 원대의 가격과 에그 베네딕트, 프렌치 토스트, 크레페 등을 수프나 샐러드, 디저트까지 세트로 구성한 푸짐한 메뉴가 특징. 평일 점심 역시 1만~2만원대의 세트 메뉴가 인기를 얻고 있다. 10여 개의 실내 테이블과 룸, 테라스 좌석이 있지만 공간이 넓지 않아 테이블 간격이 좁고,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소리가 울리는 점이 아쉽다. 박성곤 셰프가 이야기하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해산물 요리. 특히 갖가지 신선한 생선을 푹 익혀낸 부야베스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그가 직접 사온 재료로 만든다. 새로운 시도에 욕심 많은 그이기에, 계절마다 끊임없이 다양하고 실험적인 요리가 우리를 반길 예정이다. 문의 534-0255 (LYC)
 1 근엄한 인상이지만 요리는 한없이 부드럽게 완성하는 진경수 셰프. 2 6개월 미만 어린양으로 만든 양갈비 스테이크는 라 사브어의 대표 요리.
그의 요리는 오더 메이드 수트와 같다 진경수, 라 사브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기고 없어지는 서래마을에서 5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라 사브어’. 이곳의 진경수 셰프는 르 코르동 블루에서 배운 프랑스 전통 음식을 고수하는 정통파 셰프 중 한 사람이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는 “프랑스 전통 음식을 원칙대로, 디테일 그대로 만들려는 노력을 높이 산다. 프랑스산 최고급 소금 ‘Fleur de Sel’까지 직접 가져다 사용하는 등 재료에 대한 집착도 요리사의 미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요리는 심플하지만 맛이 진해 먹으면 먹을수록 감탄하게 된다. 단골 고객이 유난히 많은 진경수 셰프는 ‘코드가 맞는 손님과의 조우’가 반갑기 그지없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그들이 가족과 함께 오고, 또 그 아들이 자라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교감이 이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요리에서 무엇보다 개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레스토랑인 만큼 음식은 어느 요인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맛이나 가격이 맞지 않는 손님은 미안하지만 오지 않는 편이 좋아요.” 재료 선택이 가장 중요한 프랑스 요리 중 그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것은 양갈비 스테이크다. 6개월 미만의 어린양으로 부드럽게 구워 질기지 않고,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와인 마니아인 그가 구성한 와인 리스트도 라 사브어의 강점 중 하나. 문의 591-6713 (LYC)
 1 미니멀한 공간에 예술 작품으로 포인트를 준 내부. 2 부드러운 웃음 속에 칼 같은 열정을 소유한 어윤권 셰프. 3 ‘리스토란테 에오’의 저온으로 익힌 바닷가재와 크리스털 포테이토.
섬김의 서비스섬김의 요리 과학을 맛보다 어윤권, 리스토란테 에오 ‘리스토란테 에오’는 고작해야 다섯 테이블뿐이거늘 셰프 못지않은 전문 지식을 겸비한 3명의 노련한 스태프 덕에 VIP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님이 이전에 먹은 메뉴를 기억하고, 가벼운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것은 기본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는 10년간 국내와 이탈리아의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골고루 경험을 쌓은 그를 “착실하게 과정을 밟아온, 그야말로 준비된 오너 셰프”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이름을 믿고 ‘견학 온’ 예비 셰프부터 청담동 레스토랑 문화의 중심인 30대 초·중반의 트렌드세터 그리고 각계각층의 50대 고객까지 한 번쯤은 리스토란테 에오를 거쳐갔다. 단골 고객 중 50% 정도가 50대 이상의 국내외 CEO라는 점이 특이하다. “저는 감성을 파는 사람입니다. 그 퀄리티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평가가 달라지는데, 세계 각국을 다니며 맛의 본질을 꿰뚫는 50대 중견 CEO분들이 저를 가장 날카롭게 평가해주십니다.” 취재차 그의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도 해외 출장 다녀오는 길에 어렵게 구한 와인을 그의 손에 쥐여주고 조용히 떠나는 단골 고객과 우연히 마주쳤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는 어윤권 셰프의 생선 다루는 기술을 최고로 꼽았다. “스스로 마케팅을 잘하고, VIP 고객 관리 능력도 탁월한 셰프다”라며 “철저한 서비스 정신 역시 오늘의 그를 만든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문의 3445-1926 (CHR)
 1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따블르’는 5개의 테이블이 놓인 아담한 곳이다. 2 ‘아따블르’의 달팽이 크로스타드 샐러드.
맛도, 가격도 참 착한 프렌치 레스토랑 김병길, 아따블르 삼청동의 한적한 뒷골목에 자리 잡은 ‘아따블르’는 소리 없이 강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처음 가는 이들은 한 번에 찾기 힘들 정도로 구석진 곳에 위치한 아따블르는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지도 않고 특별한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끌지도 않지만, 늘 2~3주 이상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곳의 김병길 셰프는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 졸업 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해 광화문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브리’를 거쳐 자신의 레스토랑인 아따블르를 오픈했다. 한옥을 개조한 이곳은 다섯 테이블의 아담한 규모, 런치와 디너 한 가지씩 코스를 선보이는 단출한 구성이지만 김병길 셰프의 단아한 요리와 세팅, 세심한 메뉴 설명은 아따블르를 다시 찾게 하는 특별함을 지녔다. 메인 요리인 양갈비 스테이크, 안심 스테이크는 손님이 원하는 굽기를 정확하게 맞추며, 식감을 잘 살린 애피타이저도 프레젠테이션과 맛 모두 뛰어나다. 메인 요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빵과 디저트까지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얻는다.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는 “제철 음식을 최소한의 양념으로 제 맛을 살려낸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에서는 강남 웬만한 레스토랑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훌륭하다”고 말했다. 칠판에 적힌 그날의 메뉴를 김병길 셰프가 직접 설명하는 모습은 요리에 더욱 믿음을 갖게 한다.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으며,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 이용 금액을 되돌려준다. 문의 736-1048 (L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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