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프렌치 론드리’의 토머스 켈러 2 알랭 뒤카스 3 ‘피에르 가니에르’의 디저트 4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 5 고든 램지
지난해 4월 영국의 음식 전문지 <레스토랑 매거진Restaurant Magazine>(www.theworlds50best.com)에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곳’을 선정했다.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1위부터 10위는 다음과 같다.
1 엘 불리El Bulli(스페인) 2 팻 덕The Fat Duck(영국) 3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프랑스) 4 프렌치 론드리The French Laundry(미국) 5 데츠야Tetsuya’s(호주) 6 브라Bras(프랑스) 7 무가리츠Mugaritz(스페인) 8 루이 15세Louis XV(모나코) 9 퍼 세Per Se(미국) 10 아르작Arzak(스페인)
이들 레스토랑의 여러 공통점 중 하나는 모두 오너 셰프owner chef가 운영한다는 점이다. 레스토랑 주인과 주방장이 같다는 말이다. 오너 셰프의 이름이 곧 레스토랑 이름이다. ‘루이 15세’는 모나코의 호텔 드 파리Hotel de Paris에 있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와 그의 외식 기업에서 맛과 경영을 총괄하니 그의 소유나 다름없다. 50대 레스토랑 전체로 시야를 확대해 둘러봐도 거의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오너 셰프 레스토랑’인 셈이다. 당연하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를 희망한다. 최고의 그림, 최고의 연주를 담은 앨범, 최고의 문장을 담은 서적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날을 꿈꾼다. 오너 셰프들은 레스토랑 간판에 박힌 자기 이름을 빛내려고 에너지를 쥐어짜내 불사른다. 다른 식당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전 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새롭고 환상적인 음식을 손님에게 선보이기 위해 고심하며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미국식이 아니라 자기 이름이 붙는 요리를 창조하려 애쓴다.
세계 요리계의 최첨단 트렌드인 ‘분자 요리molecular cuisine’도 그렇게 탄생했다. 음식 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요리법이다. 음식을 분자 단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한다고 해서 분자 요리란 이름이 붙었다. 미국에서는 ‘음식 과학food scien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팻 덕의 ‘베이컨과 달걀 아이스크림’이나 엘 불리의 ‘액체 질소로 식힌 피스타치오 트러플(과자의 일종)’처럼 이름만으로는 어떤 맛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음식이 많다.
세상에 없는 맛을 창조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다. 전 세계 미식가들이 죽기 전 한 번이라도 가서 식사하고 싶어 하는 ‘엘 불리’는 주방 직원이 70명이나 된다. 30코스를 내려면 인원이 그렇게 많아야 한다. 그런데 손님은 저녁에만, 그것도 겨우 50명 이하만 받는다. 게다가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만 영업한다. 나머지 6개월 중 석 달은 휴가, 석 달은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는 기간이다. 그러니 1년 전 예약해도 이 식당에서 식사하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실험과 연구는 영업 기간에도 이뤄진다. 주방 스태프 70명에는 요리사는 물론 과학자와 화가 등도 포함되는데, 항상 새로운 음식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엘 불리에서 5개월간 일한 요리사 황선진 씨는 “요리사를 세계 각국으로 보내 새로운 음식과 맛, 요리법, 재료 등을 배워오게 한다”고 말했다. 그 비용은 엘 불리에서 모두 부담한다.
미각의 최첨단에 서려면 노력도 노력이지만 돈도 많이 든다. 그래서 오너 셰프는 <미슐랭Michelin 가이드>로 대표되는 레스토랑 가이드의 평가에 목맨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손님이 몰려들어 매출이 껑충 뛴다. “미슐랭 스리 스타three star를 받으면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피에르 가니에르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레스토랑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예약은 몇 달 치가 꽉 찬다. 이런 홍보 효과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에서 주는 별이 반드시 오너 셰프에게 금전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최고의 맛을 위해 값비싼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야 하며, 극진하고 여유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에 걸맞은 분위기와 격조를 갖추려면 포크와 나이프, 접시, 테이블, 의자, 샹들리에도 최고급이어야 한다. 이름난 건축가에게 레스토랑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기려면 그 또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1980년 자신의 식당을 내고 1986년 별 둘, 1993년 별 셋을 받았음에도 1996년 부도를 냈다. 이후 파리에 다시 식당을 내고 1998년 별 셋을 되찾긴 했지만.
피에르 가니에르보다 더한 비극을 겪은 오너 셰프도 있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로 꼽혀온 베르나르 루아조Bernard Loiseau다. 그는 2003년 2월 24일 자살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였다. <미슐랭 가이드>가 루아조의 스리 스타 레스토랑 ‘라 코트 도르La Cote d’Or’에서 별 하나를 뺏을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식당을 확장하기 위해 은행에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평점이 하락한다는 루머에 고민한 루아조는 결국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루아조의 자살 나흘 뒤인 28일 공개된 <미슐랭 가이드> 2003년 판에서 그의 레스토랑은 별 셋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 레스토랑 주방에는 훌륭한 오너 셰프가 되겠다는 야심 찬 젊은 요리사가 득실댄다. 고된 노동과 우울하게 긴 근무 시간을 견디면서 말이다. 덕분에 아래 같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일이다.

1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 2 알랭 뒤카스의 요리 3 ‘팻 덕’의 헤스턴 블루멘털 4 ‘다니엘’의 입구
 1 조엘 로부숑 2 피에르 가니에르
미식가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한 세계 유명 레스토랑 10곳
엘 불리El Bulli 분자 요리의 실질적 창시자이자 전도사로, 프랑스의 전설적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1846~1935년)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사로 꼽히는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가 오너 셰프다. 30여 가지 요리가 이어지는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하면 최소 5시간 30분간 식사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나마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다면 말이다. 테이스팅 메뉴 185유로. 주소 Apartado 30, 17480 Roses en Cala Montjoi, Spain, 전화 34 (0) 972 150 4 57, 웹사이트 www.elbulli.com
팻 덕The Fat Duck 오너 셰프 헤스턴 블루멘털Heston Blumenthal은 15세 때 프랑스를 여행하다 ‘루스토 드 보마니에르L’Ousteau de Baumaniere’에서 먹은 음식에 충격을 받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대신 책을 들여다보면서 음식을 연구했고, 분자 요리에 심취했다. 베이컨과 달걀로 만든 아이스크림, 달팽이로 끓인 죽 등 기상천외한 음식으로 미식가들을 즐겁게 한다. 주소 High Street, Bray, Berkshire, SL6 2AQ, England, 전화 44 1628 580333, 웹사이트 www.fatduck.co.uk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 ‘예술가 같은 천재 요리사’의 이미지, 바로 피에르 가니에르다. 페란 아드리아, 헤스턴 블루멘털과 함께 분자 요리를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유행시켰다. 정작 본인은 “분자 요리는 새로운 맛을 끌어내는 수단일 뿐, 내 요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영감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드는 음식이 미술 작품처럼 아름답다. 런치 테이스팅 메뉴 95~245유로. 주소 6 Rue Balzac, 75008 Paris, France, 전화 33 (0)1 58 36 12 50, 웹사이트 www.pierre-gagnaire.com
프렌치 론드리The French Laundry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에 있는 작은 마을 욘트빌Yountville을 세계 미식 지도에 넣은 레스토랑.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 요리사 토머스 켈러Thomas Keller가 운영한다. 나파 밸리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9코스 셰프 메뉴Chef’s Menu(240달러)와 베지터블 테이스팅 메뉴Vegetable Tasting Menu(240달러)는 쉽게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분자 요리 테크닉을 사용하지만 엘 불리나 피에르 가니에르보다는 대중적인 맛이다. 주소 6640 Washington Street, Yountville, CA 94599, USA, 전화 1 (0) 707 944 2380, 웹사이트 www.frenchlaundry.com
데츠야Tetsuya’s 시드니 한가운데 있는 일본식 정원에 위치한 레스토랑. 일본에서 태어나 호주로 이주한 와쿠다 데츠야가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인다. 호주의 재료를 프랑스 전통 기법으로 요리하고 일본 요리의 느낌을 가미해 완성한다. 로즈메리와 꿀을 곁들인 사슴고기 다다키, 초콜릿 소르베와 오렌지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밀가루 없이 만든 초콜릿 케이크 등이 나오는 10코스 테이스팅 메뉴 185달러. 주소 529 Kent Street, Sydney NSW 2000, Australia, 전화 61 (0) 2 9267 2900, 웹사이트 www.tetsuyas.com
아르작Arzak 최근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음식은 스페인에서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식당 중 하나가 아르작이다. 이곳 오너 셰프 후안 마리 아르작Juan Mari Arzak은 바스크 지역 전통 음식과 혁신을 절묘하게 결합한다. 세트 메뉴 130유로, 주소 Avda. Alcade Jose, Elosegui, 273, 20015 Donostia, San Sebastian, Spain, 전화 34 (0) 943 285 593, 웹사이트 www.arzak.es
레스토랑 고든 램지Restaurant Gordon Ramsay 고든 램지는 스코틀랜드 태생이나 영국에서 자랐다. 두 차례 다리 부상으로 축구 선수의 꿈을 접고 요리사가 됐다. <헬스 키친Hell’s Kitchen> 등 TV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의 유명인이 되었고, 이어 세계적 유명 요리사가 됐다. 서툰 요리사에게 욕을 퍼붓는 모습을 보면 섬뜩할 정도인데, 그런 솔직한 모습이 인기 비결이 된 셈이다. ‘Caramelised Apple Tarte Tatin’이 빠지지 않는 인기 메뉴. 7코스 메뉴 110파운드. 주소 68 Royal Hospital Road, London SW3 4HP, England, 전화 44 (0)20 7352 4441, 웹사이트 www.gordonramsay.com
장 조지Jean Georges 장 조지 봉거리텐Jean-Georges Vongerichten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태어나 요리사 수업을 받았다. 이후 방콕과 싱가포르, 홍콩에서 일하며 아시아 음식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 1997년 뉴욕에 오픈한 장 조지는 이러한 그의 경력을 퓨전 요리로 꽃피운 레스토랑이다. 3코스 세트 메뉴 95달러짜리와 125달러짜리가 있다. 주소 1 Central Park West(at Columbus Circle and West 60th St), in the Trump International Hotel and Tower, New York, NY 10023, USA, 전화 1 (0) 212 299 3900, 웹사이트 www.jean-georges.com
다니엘Daniel 뉴욕 최고 레스토랑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곳. 다니엘 불뤼드Daniel Boulud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요리사로 훈련받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프랑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인다. 8코스 시식 메뉴 175달러, 3코스 시식 메뉴 96달러. 주소 60 E. 65th St., between Madison & Park avenues, New York, NY 10021, USA, 전화 1 (0) 212 288 0033, 웹사이트 www.danielnyc.com
아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L’Atelier de Joel Robuchon “<미슐랭 가이드>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별 셋을 반납하고 고급 레스토랑을 접었다. 그리고 수년 후 오픈한 곳이 ‘아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이다. 소박하고 편한 음식을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런 그에게 다시 별을 준 <미슐랭 가이드>는 무슨 심보인지. 파리에 이어 런던, 도쿄, 라스베이거스, 뉴욕, 홍콩에 지점을 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음식 수준과 인테리어가 어느 지점이건 균등하다. 테이스팅 메뉴 110유로. 주소 5-7 rue de Montalembert, 75007 Paris, France, 전화 33 (0)1 42 22 56 56, 웹사이트 www.robucho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