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美에 첫 쌀수출 ‘안중 쌀단지’ 조충욱 대표 ④

바보처럼1 2008. 7. 7. 21:27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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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농민>
“우린 달러 버는 수출역군, 미국산보다 5∼6배 비싸”
美에 첫 쌀수출 ‘안중 쌀단지’ 조충욱 대표 ④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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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달러화를 벌어들이는 수출역군입니다.”

여름 햇살에 그을린 얼굴에 자부심이 넘쳤다. 경기 평택시 안중읍 금곡리 고시히카리(쌀품종)단지 조충욱(55)대표. 그는 ‘보통 농민’이다. 쌀 경작 규모도 6000평이 조금 넘는다. 회원농민 40여명의 논을 모두 합쳐도 10만여평이다. 그런데 그들이 큰 일을 해냈다. 정성껏 키운 쌀 11t을 14일 부산에서 배편으로 미국에 수출해 4만1140달러(약 3900만원)를 벌어들였다. 제희미곡이 12일 항공편으로 수출한 2t 물량을 빼면 본격적으로 쌀을 수출하기는 사실상 광복 이후 처음이다. 한국 농업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어찌나 기쁘던지 잠까지 설쳤습니다. 몇년전만 해도 쌀 수출은 꿈도 못 꾸었지요.”

14일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만난 조 대표가 쌀포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는 일약 ‘스타농민’으로 떠올랐다. “쌀 수출 소감을 인터뷰했는데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친구들한테서 전화도 많이 오고, 이렇게 신문사에서 취재도 오고, 허허허.”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에 순박한 농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수출된 쌀은 ‘슈퍼오닝(Super oning)’ 4㎏ 2750포대다. 평택시 공동 농산물 브랜드를 그대로 상표로 썼다. 미국 퍼시픽 자이언트사가 안중농협이 수매한 쌀을 농협무역을 통해 수입했다. 가격은 포대당 14.96달러. 미국산 칼로스 쌀보다 5∼6배 비싸다. 국내보다도 20% 비싼 가격이다. 자이언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갤러리아 마켓 등 8개점과 동부 H 마트 11개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뒤 추가물량을 주문하기로 했다. 한국교포를 1차 타깃으로 하고 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조 대표는 25세때부터 농사를 지었다. 고향 안중에서 학교에 다니고 군에서 제대한 뒤 벼농사에 손을 댔다. 그는 “아는 것은 논 일구고 흙 만지는 것이었으니까, 굳이 농사일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렇게 시작한 농사일로 어느덧 30년 세월이 훌쩍 흘렀다. “우루과이라운드(UR)다,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뭐다 해서 쌀농사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내 손으로 수출까지 하는 것을 보면 우리 농업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조 대표는 맛이 좋고 안전하다는 신뢰만 쌓이면 전세계 곳곳으로 쌀 수출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의 휴대용 수첩은 영농일정이 가득하다. 4월7일 볍씨 종자 침종. 볍씨의 싹을 틔우기 위해 물에 소독약을 풀어 24시간 동안 담갔다는 뜻이다. 15일에는 모상자에 종자를 파종하고 20일에는 못자리를 설치했다. 5월18일 모내기, 5월27일 주먹탄(제초제) 투척. 그날 그날의 농사일정이 수첩에 그대로 담겨있다.

고시히카리 단지의 회원 농민들은 모두 영농일지를 쓴다. 똑같은 품질의 쌀을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수확하기 위해서다. 밥맛이 뛰어나려면 단백질이 적어야 한다. 그래서 몇년전부터는 질소질 비료 사용을 크게 줄였다. 규산질 비료로 ‘땅심’을 키우고 볏짚은 모두 논에 되돌려줬다. 한해 7∼8번 치던 농약도 1∼2번으로 줄였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전국 176개 RPC가 출품한 쌀 품질평가대회에서 금곡리 슈퍼오닝은 1등상을 받았다. 오염되지 않은 논에는 메뚜기와 미꾸라지가 돌아왔다. 조 대표는 “이력추적시스템도 갖췄고 우수농산물인증(GAP)은 물론 미국 해외검정공사 1등급도 땄습니다”면서 “한국 쌀농업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고 말했다.

평택 =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문화일보는 남다른 경쟁력으로 부농(富農)의 길을 개척한 농민들의 ‘성공기(記)’를 소개하는 ‘스타농민’란을 부활시켜 매주 1회씩 2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맞선 한국 농업·농촌의 당당한 주역이 될 ‘스타농민’ 후보와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추천을 기대합니다. 경제산업부 (02-3701-5190)

기사 게재 일자 200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