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아름다운 동행-①탤런트 이다해와 삼성전자

바보처럼1 2008. 7. 7. 22:39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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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흙 속에서 활짝 핀 ‘왕꽃선녀님’
2부. 아름다운 동행-①탤런트 이다해와 삼성전자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탤런트 이다해(왼쪽 두번째)씨가 지난 23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결연마을인 경기 화성시 비봉면 양노2리에서 조상호(왼쪽) 이장과 함께 호박을 따고 있다. 화성 = 정하종기자
문화일보가 ‘1사1촌운동’ 4년차를 맞아 펼치는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특별기획의 2부 ‘아름다운 동행(同行)’이 시작됩니다. 문화일보는 독자여러분에게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저명 인사들이 1사1촌 도농교류의 현장에서 기업인·농민들과 더불어 땀흘리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농업·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모든 이들의 땀과 정성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 유명인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는 현장 속에서 한국 농업·농촌의 희망이 새록새록 돋아나길 기대합니다.

지난 23일 오전 경기 화성시 비봉면 양노2리. 이 마을의 1사1촌 결연기업인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조리기기사업팀 직원 25명이 버스에서 내리자 조용한 마을에 순간 활기가 넘친다. 마을주민 조형호(65)씨는 “장마가 오기 전에 호박을 따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던 참에 너무 고맙다”며 반갑게 손을 잡았다.

1사1촌 가족인 삼성전자 직원들의 이날 ‘임무’는 콩 심기, 호박 따기, 모내기. A조 10여명의 직원이 밭고랑에서 콩모를 토닥토닥 심어나갔다. 손놀림은 서툴지만 여럿이 모이니 속도는 빠르다. 밭주인 조한성(74)씨는 “혼자서 하기에 양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큰 힘이 된다”고 흐뭇해했다. 유경환(27) 연구원은 “매일 서류와 씨름하다가 동료들과 모처럼 농촌현장에서 땀을 흘리다 보면 서로 가까워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했다.

오전 10시쯤 검은색 밴 승용차가 마을에 들어섰다. 탤런트 이다해(여·24)씨가 탄 차였다. 이씨는 삼성전자 하우젠 브랜드의 CF모델. 낯 익은 여자 탤런트가 팔을 걷어붙이고 일손을 돕겠다며 달려들자 마을 주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사1촌 교류현장에 동참해 자연 속에서 땀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싶어 찾아왔다는 이씨의 설명을 듣고서야 마을 주민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잘 하시네요. 그런데 이렇게 꼭지를 비틀듯 따면 ‘똑’하고 떨어져요.”

미녀 탤런트가 동참한 때문인지 호박따는 방법을 설명하던 밭주인 이태영(34)씨가 잔뜩 신이 난 표정이다. 마을이 생긴 이후 스타 배우가 와서 농사일을 돕기는 처음이란다. “그렇게 가녀린 몸으로 이런 궂은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마을 어른들의 걱정에 이씨는 “와이어로 몸을 감고 하는 촬영에 비하면 이 정도는 문제 없다”고 ‘화답’해 주민들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애호박을 심어 첫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보통 2.5~3개월이 걸린다. 3월초에 씨앗을 뿌리면 닷새 정도 지나 모판에 옮긴다. 하우스용은 4월 중순, 노지용은 5월초에 옮겨 심어야 한다. 첫 출하는 6월초다. 그때까지 ‘열매를 못맺을까’,‘비가 많을까’ 신경을 써야 한다.

애호박 출하 가격은 요즘 1박스(20㎏)에 6000원 정도다. 보통 박스에 20개 정도 들어가므로 개당 300원 꼴이다. 씨앗값, 하우스시설, 인건비를 제하면 1000평에서 1000만원이 나온다. 4인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조상호(58) 이장의 말을 듣던 이씨의 얼굴이 어느 새 심각해졌다. 그녀는 “그동안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별 생각없이 사먹기만 했지 호박 하나 생산하는 데에도 이런 힘든 사연과 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가 이번에는 논에서 피를 뽑는 일도 거들고 싶다며 신발을 벗어던지고 논으로 뛰어들었다. 이종훈(30) 연구원은 “공기 좋고 인심 좋은 마을에서 땀흘리는 것도 기분 좋은데 이다해씨를 직접 보고 함께 일하게 되니 너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일을 마친 이씨와 1사1촌 이웃들이 원두막에 둘러앉았다. 원두막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졸졸졸 흐른다. 새참으로 막걸리가 한 잔씩 돌아갔다.

“TV드라마 ‘왕꽃 선녀님’에서는 끝내 헤어졌지요? 그런데 정말 손금 볼줄 알아요? 올해 몇 살인가요?”

마을주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아뇨. 헤어졌다가 마지막에 다시 만났어요. 극중역할인데요. 손금 볼 줄은 모르고, 스물 네살이에요.”

친손녀를 대하듯 다정스레 다가선 주민들 중 한명이 기념사진을 제안했다. ‘찰칵~’. 이씨와 삼성전자 직원, 마을주민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사진 한 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성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