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아름다운 동행(同行)-③김성훈 상지대 총장

바보처럼1 2008. 7. 7. 22:45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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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1校1村’ 선두에 선 총장과 대학생들
2부. 아름다운 동행(同行)-③김성훈 상지대 총장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김성훈(왼쪽 세번째) 상지대 총장이 지난 2일 1교1촌 결연마을인 강원 원주시 호저면 광격리 동막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배추를 한 상지대생에게 먹이고 있다. 원주=신창섭기자
문화일보가 1사1촌운동 4년차를 맞아 펼치는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특별기획의 2부 ‘아름다운 동행(同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일보는 인기 연예인이나 저명인사들이 1사1촌 도농교류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예정입니다. 도시와 농촌, 유명인이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 주는 현장에서 한국 농업·농촌의 희망이 새록새록 돋아나길 기대합니다.

굵은 빗줄기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지난 2일. 상지대생 20여명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교1촌 결연마을인 강원 원주시 호저면 광격리 동막마을 옥수수 밭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김성훈(68) 상지대 총장이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자 순간 학생들의 손이 더욱 바빠졌다. 김 총장이 학생들을 도우면서 시골 아낙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흥을 돋우자 학생들은 더욱 힘이 솟는 모습이었다.

지난 1998~2000년 농림부장관을 지낸 바 있는 김 총장은 지난 2005년 3월 상지대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학교차원의 1사1촌운동인 1교1촌 ‘전국 1호’ 테이프를 끊었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1사1촌 전도사’다. ‘아름다운 동행’의 세번째 인사로 나선 그는 우리나라 친환경농업 분야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한국 농업계의 대부로, 총장 취임 2년여 만에 상지대를 ‘유기농 사관학교’로 탈바꿈시켰다.

상지대생 20여명이 이날 4박5일 일정으로 농활을 오게 된 것도 이같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상지대는 이 마을과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까이 있다보니 1교1촌 교류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상지대는 농업정보119센터를 운영하는데, 마을에서 전화가 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마을로 출동한다.

“이젠 환갑부터 나이를 드시니까 누가 물으면 29살이라고 대답하셔야 해요.”

김 총장은 나무 지팡이에 의지한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을회관을 찾아온 박호동(89)씨의 손을 꼭 쥐고 정감어린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의료봉사를 나온 상지대 부속 한방병원 의료진을 재촉했다.

“의사선생∼ 빨리 와보셔요. 어르신께서 다리가 불편하세요.”

의료봉사진을 찾아온 마을주민들을 일일이 맞는 그의 발걸음이 한층 분주해졌다. 허리가 아파 왔다는 원유용(77)씨의 말을 전해 듣고, 김 총장은 금방 낫기를 기원하는 듯 그의 등과 허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김 총장은 “저희 한방병원에서는 벌침을 잘 써요. 독을 뺀 벌침인데, 약효가 좋습니다. 아프셔도 조금만 참으세요”라며 원씨를 안심시켰다.

김 총장과 상지대 임직원들은 동막마을 주민들과 워낙 자주 만나다 보니 개인 집안의 대소사까지 훤히 알고 있을 정도로 거의 ‘한 식구’가 됐다. 호칭도 나이가 같으면 친구고, 나이 차가 나면 형·아우로 변했다.

마을내 비닐하우스로 향하던 김 총장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주위 산을 획 둘러보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마을 인근 소나무 숲을 갉아 먹기 시작한 재선충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김 총장은 곧바로 산림관리를 책임지는 실무진과 통화를 했다.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신속한 조치를 거듭 당부했다. 재선충이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 박규원(54) 이장은 마을 안팎의 일을 ‘내 집안일’처럼 꼼꼼히 챙기는 김 총장이 ‘큰 형님’처럼 든든했던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김 총장과 함께 농촌지원을 와서 잡초를 뽑다가 벌에 쏘였다는 상지대 홍성진(24·생명공학과 4)씨는 시퍼렇게 부어 오른 허벅지를 보여주면서도, “그래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옆에 있던 한 친구는 “농촌 어른들이 이렇게 고생하시는 줄 미처 몰랐다”며 “앞으로 자주 찾아오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김 총장은 “공직에 있는 동안 농가를 직접 돕는 것보다는 오히려 간접적으로 판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1교1촌, 1사1촌운동을 통해 농촌과 도시지역간 농산물 직거래 관행이 크게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주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