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아름다운 동행-⑤가수 김현정과 하나금융

바보처럼1 2008. 7. 7. 22:53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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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스타가수도 호미질…‘평창 돕기’ 한몫
2부. 아름다운 동행-⑤가수 김현정과 하나금융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

가수 김현정(오른쪽)씨가 지난 24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평창 산꽃약풀축제’ 행사장에서 하나금융그룹 직원들과 함께 손수레에 약풀들을 실어 옮기고 있다. 평창 = 심만수기자
“다행이네요. 비가 많이 와서 일도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침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뜸해지는가 싶더니 점심 무렵부터는 더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호미와 손수레를 챙기던 이강휴 하나금융그룹 홍보팀장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지난 24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평창 산꽃약풀축제’ 행사장. 비가 그치면서 막바지 행사 준비에 나선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평창 산꽃약풀축제’는 올해 상설 행사장을 갖추면서 더욱 짜임새 있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8월 1~5일 축제를 앞두고 축제위원회 관계자들은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우후죽순이라더니 며칠 비가 내린 사이에 잡초들이 무성해졌어요.”

이날 봉사활동에 나선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은 모두 7명. 하나금융그룹과 문화일보가 함께 펼치고 있는 ‘YES 평창, 다시 일어나라’ 캠페인의 하나로 평창에서 열리는 주요 축제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직원들은 우선 축제 행사장 중앙에 마련된 ‘들꽃동산’ 잡초 뽑기에 나섰다.

비가 그치면서 진부면을 둘러싼 오대산 자락이 신비로운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안개 속으로 7월의 신록이 더없이 푸르다. 여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늘한 날씨에 잡초를 뽑는 하나금융그룹 직원들도 절로 흥이 난다.

오후 1시쯤 검은색 밴 한 대가 작업 현장으로 들어왔다. 하나금융그룹 고객인 여가수 김현정(29)씨가 평창 돕기에 일손을 보태기 위해 찾아온 것.

차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씨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 뒤 작업에 동참했다. 생전 농사일을 해봤겠나 싶었지만 장갑을 낀 채 호미를 쥔 손놀림이 제법 능숙하다.

“어머니께서 집 옥상에 거의 화원 수준으로 꽃밭을 만들어 놓으셨거든요. 도와드린 적은 별로 없지만 일하시는 거 구경은 많이 했어요.”

‘건강미인’답게 힘든 일에도 거침없이 나선다. 손수레에 당귀모종을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였지만 김씨는 앞장서서 손수레를 끌면서 작업에 열심이다. 어느새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도 마냥 즐거운 표정.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도 힘차 보였다.

“들꽃들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이게 다 우리나라 토종 들꽃들이죠?”

차즈기, 달맞이꽃, 톱나물, 개국화…. 이름조차 낯선 들꽃들이지만 여름 장맛비에 흠뻑 젖은 오색의 꽃잎들은 어떤 관상용 꽃보다도 아름답다.

“이게 다 자연산 허브예요. 꽃향기에 허브냄새까지 정말 향기롭지 않아요?”

권상만(56) 축제위원장의 설명에 김씨와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향긋한 꽃내음에 빠져든다. 비가 그친 뒤라 더욱 상큼한 꽃내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코끝을 간지럽힌다. 잡초를 뽑고 당귀며 강활, 청궁 등 축제에 사용될 약풀들을 옮기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축제위원회 직원들이 음료수를 건네자 김씨와 직원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행사나 공연 때문에 강원도에 자주 왔었지만 이렇게 강원도가 좋은 줄은 미처 몰랐어요. 아직 올해 휴가 계획을 정하지 않았는데 시간을 내서 평창에 꼭 놀러와야겠네요.”

봉사활동에 나선 하나금융그룹 직원들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나금융공익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이미화(여·27)씨는 “호미질을 생전 처음 해봐서 힘들기는 했지만 너무 즐거운 봉사활동이었다”며 “이번 캠페인으로 평창 주민들이 올림픽 유치 실패의 기억을 말끔히 씻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황기(37) 하나대투증권 인력지원부 차장도 “스키 타러 강원도에 자주 왔지만 오늘 평창과 강원도의 진면목을 보고 가는 것 같다”며 “축제가 시작되면 가족들과 함께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완기(54) 진부면장은 “지난 2월 올림픽 실사 때 전체 진부면민의 절반이 넘는 5500여명이 나와 실사단을 감동시켰던 기억이 난다”며 “실의에 빠진 평창 주민들과 강원도민을 위해 문화일보와 하나금융그룹이 애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평창 =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