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또 하나의 희망 ‘1교1촌’-②‘우리 것’을 배우는 민속마을

바보처럼1 2008. 7. 7. 23:10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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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으로 FTA 넘는다>
‘살아있는 민속마을’ 童心 붙잡아
3부. 또 하나의 희망 ‘1교1촌’-②‘우리 것’을 배우는 민속마을
방승배기자 bsb@munhwa.com

지난 9일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전통혼례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산 = 김호웅기자
지난 9일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한 민속마을. 한옥과 초가집, 동네를 감싸는 긴 돌담이 어우려져 시대를 거슬러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옛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살아 있는 민속마을’그 자체였다.

이 조용한 시골마을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1교1촌운동’ 차원에서 전통문화와 농촌체험을 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문한 학생들은 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가르치는 민간 교육기관인 국학원의 캠프에 참여한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의 자녀들이었다.

50여명의 학생 대부분은 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 이들은 인근 국학원에서의 4박5일 캠프 일정중 마지막 코스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 전국 각지에서 모여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어느새 친구, 언니, 오빠, 동생이 됐다. 이날 학생들의 첫번째 체험은 ‘솟대 만들기’. 이 마을 어귀에 장승과 함께 우뚝 서 있는 기러기 모양의 솟대를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작업이었다. 둥근 나무 원판에 막대기를 세우고 3개의 꼬챙이를 꽂아 만드는 이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개인, 가족, 국가 등 3가지 소원을 담는다. 나무 꼬챙이에 풀을 바르고, 뚫어진 구멍에 이쑤시개로 나무와 나무를 연결했다. 외암골 체험협의회 이규정(45) 대표의 설명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이어 들판으로 나가 고구마 캐기가 시작됐다. “여러분 옆에 보이는 연잎은 하나도 버릴 게 없어요. 연잎은 연잎차로, 연근은 식탁 위의 반찬으로 만들어져요.” 이 대표의 말에 아이들이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우렁이 농법으로 벼를 키우는 논에서 우렁이를 직접 잡아 보기도 했다. 메뚜기와 여치 등 풀벌레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도 아이들에겐 큰 볼거리였다.

비가 내려 질퍽해진 고구마 밭이었지만 아이들은 연방 싱글벙글 웃었다. 2인1조가 된 아이들이 호미자루를 들고 땅속을 깊게 파자 주렁주렁 고구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구마의 본격 수확철은 9월이지만 제법 굵어진 고구마를 보고 아이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땅에서 튀어나오는 지렁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아이들에게 이 대표는 “지렁이가 많다는 것은 땅이 그만큼 좋다는 증거”라고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날 캔 고구마를 모두 가져가라는 이 대표의 말에 아이들은 저마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이라고 생각한 듯 구슬땀을 흘리며 고구마 캐기에 열중했다. 전북 익산에서 온 태경희(11)양은 “내가 직접 캔 고구마를 가족들과 삶아먹을 생각을 하니 자꾸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자루에 고구마를 가득 담은 아이들은 냇가에 들어가 고구마 자루와 호미를 깨끗이 씻었다. 농기구를 사용하고 깨끗이 손질하는 법도 배웠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통혼례 체험. 제법 몸집이 있는 중학생들이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두르고 신랑 각시가 됐고, 초등학생 동생들이 도우미가 돼서 각시가 절하는 것을 돕거나 잔을 교환하는 의식을 직접 체험했다. 옛날 사람들이 사용하던 신기한 물건도 많았다. 거름통을 어깨에 짊어져 보기도 하고, 다듬이질, 줄타기, 투호, 널뛰기 등 다양한 전통체험을 하며 시간 가는줄 몰랐다.

서영현 국학원 교육기획팀장은 “아이들이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체험을 하게 됐다”며 “도시와 농촌간 교류가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교육 현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 = 방승배기자@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