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17) ‘고품격 고추’ 年소득 2억원 이종민 씨

바보처럼1 2008. 7. 7. 23:43
[문화일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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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촌 운동-스타 농민>
연구 거듭 ‘최상의 맛’ 찾아… 비싼 가격에도 주문량 폭주
(17) ‘고품격 고추’ 年소득 2억원 이종민 씨
박영출기자 equality@munhwa.com

이종민 충북고추연구소장이 충북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의 비닐건조장에서 자신이 생산한 고추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음성 = 박영출기자
충북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이종민(53)씨는 올해 말린 고추 600g(1근)을 8000원씩에 판매한다. 시중가격이 5000원선임을 감안하면 분명 비싸다. 그러나 이씨는 6년전부터 8000원이라는 가격을 고수해왔다. 그래도 이씨네 고추는 항상 물량이 달린다. 하루 판매량과 한 사람의 주문량을 제한해야 할 정도다.

“고추는 재배도 잘 해야 하지만 말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깨끗하게 닦아서 햇볕에 말려야 제맛이 나죠.”

12일 오후 이씨의 농장을 찾았을 때도 이씨는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비닐을 씌운 건조장 바닥에는 자갈과 대리석이 깔렸고, 그 위에는 검붉은 고추가 가지런히 누워 가을 바람과 햇볕을 받고 있었다. 바닥에는 난방장치가 돼 있어 밤에도 식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말린 고추는 집으로 옮겨 빻아서 포장해 소비자에게 곧바로 배달된다. 재배·건조·가공·포장하는 모든 단계에서 이씨의 손을 거치는 것이다.

이씨가 고추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년 전이었다. 겨울 농한기 일거리를 찾다가 2900여㎡ 밭에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허허벌판에서도 고추가 잘 되는데 왜 비닐하우스를 만드느냐”며 비웃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이씨가 뿌린 도전의 씨앗은 곧 성공의 열매를 맺었다.

“농사가 잘 됐어요. 봄에 일찍 심으니 남들보다 비싸게 팔 수 있었고, 서리를 피할 수 있어서 한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했죠. 노지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3, 4배가 됐어요.” 이씨는 3년뒤 재배면적을 3300㎡ 더 늘렸다. 5년 뒤에는 6600㎡ 또 늘렸다.

“하우스마다 고추맛이 조금씩 달랐어요. 맵고 싱겁고 천차만별이었죠. 그래서 실험을 했습니다. 똑같은 종자를 심어 물과 퇴비의 양을 달리했죠. 그랬더니 역시 맛이 달랐습니다.”

실험을 통해 고추맛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한 이씨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고추를 생산할 수 있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시중 가격이 2000원일 때 6000원을 받아도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씨네 고추는 음성은 물론 서울에서도 유명하다. 한번 먹어 본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선물로 전하면서 매년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만3000여㎡ 농장에서 15t가량의 건고추를 생산하는 그의 연간 소득은 2억원에 달한다.

충청북도는 1997년 이씨의 농장을 충북고추연구소로 지정했다. 이씨는 여기서 품종개량을 통해 길이가 30㎝에 달하는 세계 최장신 슈퍼고추를 개발했다. 해마다 3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그의 농장을 방문해 고추 모를 구입해 갈 정도다.

이씨는 고추의 품종개량과 건조기술 개발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에는 대한민국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됐고, 농협중앙회가 수여하는 새농민 대상을 받았다. 또 2000년에는 대산농촌문화상 대상, 2004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품질과 안전성”이라며 “수입농산물이 밀려올수록 믿고 먹을 수 있는 국산 농산물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043-872-3774

음성 = 박영출기자 equality@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