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 ~ 스틱(Fantastic)!”
김장을 담그던 오경숙(여·29)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대리가 양념을 묻힌 배추를 한 조각 찢어서 리처드 제임스(50) 상무의 입에 넣어주자 김장 맛을 난생 처음 본 제임스 상무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지난 6일 오전 경기 시흥시 거모동 거모종합사회복지관 1층. 한국MS의 제임스 상무와 그레그 페니치(45) 상무가 한국MS 임직원 20여명과 함께 두줄로 늘어선 채 김장 속에 양념을 버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손놀림이 전혀 초보답지 않게 야무지다. 자신들이 담근 김치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내진다는 생각에 옷자락에 양념이 묻는 줄도 모른 채 쉴새없이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제임스 상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김장을 담가 본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33) 과장은 무료급식을 이용하기 위해 복지관을 찾은 지역주민 한명옥(여·77)씨를 보자 “할머니, 이것 좀 드셔 보세요”라며 양념을 버무린 배추를 쭉 찢어 건넸다. 그러자 큰 아들을 잃고 혼자서 손자를 돌보고 있다는 한 씨는 “추운 날씨에 다들 고생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거모종합사회복지관엔 한씨와 같은 독거노인 100~150명이 매일 무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다. 이날 한국MS 임직원이 하루 종일 담근 김장 500포기는 무료급식을 위한 반찬으로 오를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까지 나오지 못하는 독거노인 가정에 찬거리로 전달됐다.
특히 한국MS는 이날 하루 종일 담근 김장뿐 아니라 1사1촌 결연 마을인 전남 영암군 성재리로부터 구입한 쌀 300포대(6000kg)를 복지관에 기증하고 이 지역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아동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도농상생, 사랑의 알곡 나누기’ 행사를 진행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날 김장담그기 봉사활동을 통해 ‘도농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이근선(63) 거모복지관장은 ”올여름 한국MS의 소개를 받아 결연 마을과 김장 재료를 미리 사놓는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며 “이 덕분에 최근 배추 값 파동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렴한 가격에 김장을 담글 수 있어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양질의 김장재료를 저렴하게 공급받고, 농가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했으며, 한국MS는 결연마을과 복지관을 함께 도울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한국MS는 이날 새벽차에 실려온 성재리마을 쌀로 가래떡을 만들면서 맛보기 쌀을 조금씩 나눠줘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직접 쌀을 맛보고 재구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이번 행사엔 예년의 배에 이르는 임직원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봉사활동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김장담그기뿐 아니라 밑반찬 만들기, 경로식당 배식, 쌀·김장 배달, 어린이집 영·유아 돌보기, 어린이 영어학습 지도 등이 진행됐으며 올해는 독거노인을 위한 연탄 배달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특성을 살린 컴퓨터 시스템 정비 등도 펼쳐졌다.
한국MS와 거모복지관의 결연을 돕고 매년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활동에 참여해 온 조정식(44·대통합민주신당·경기 시흥) 의원은 “사랑의 알곡 나누기 행사가 기업과 농촌뿐 아니라 도시빈민까지 아우르면서 상생의 원을 더욱 넓혀가고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흥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