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안전하고 깨끗하게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비자들로부터 우리 축산물이 최고라는 평가를 얻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요.”
지난 12일 오후 충남 연기군 서면 부동리 수지농장의 돈사. 매서운 겨울한파 속에서도 돼지 축사 돌보기에 여념이 없던 최충신(43) 수지농장 대표를 만났다. 그는 돈사를 안내하기에 앞서 농장 앞 200m 지점에 설치된 안내문 2개부터 보여줬다. 하나는 ‘양돈장 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HACCP)’지정 농장으로 출입통제와 함께 소독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안내문. 수지농장은 충청권 최초로 지난 2004년 미국 HACCP 인증기관인 SGS로부터 기술 위탁교육을 6개월동안 이수하고 검증을 거쳐 지정됐다.
다른 하나는 진생원 인삼포크 회원농가. 최 대표는 고급브랜드 제품 전략을 구사해 4000마리의 돼지들에게 인삼을 먹이는 ‘황금돼지’로 키우고 있다. 이렇게 자란 황금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3~4% 정도 값이 비싸다. 자연스럽게 매출도 올라 2006년 수지 농장의 매출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수익성도 매출대비 20%에 도달했다. 그는 “농장을 찾는 이들에게 안내문부터 보여주는 것은 일반돼지가 어떻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는지를 체감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연기군청에서 잘나가는 축산직 공무원이었다. 그가 돼지를 기르기로 결심한 것은 8년전. 지난 2000년 경기지역에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가격이 폭락하고 집단 폐사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부터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축산농가를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싹튼 것이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했고 축산직 공무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돼지를 기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했다.
“주먹구구식 축산 운영에서 벗어나 선진 과학 기술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었습니다. 어미돼지로 성장하는 데 일반 축산농가는 10마리 중 7마리만 살리면 잘했다고 하는데 생균제 위주의 농장 경영을 도입한 결과,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생존율 82%를 넘어섰습니다.”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가족 경영도 큰 힘을 발휘했다. 최 대표의 장모는 아기돼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었고, 처남은 약품 및 재고 관리 등 전산작업과 종업원 관리를 맡았다. 어미돼지 400마리로 시작해 4000마리의 중대형 축산농장으로 성장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남들이 30년 걸려도 못한다는 것을 3년만에 해낸 것. 이런 최 대표에게도 고민은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사료값이 2배 가까이 폭등했다. 3년 주기인 돼지가격 하락세는 예상했지만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와 대두 가격 상승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축산농가가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큰 파고인 자유무역협정(FTA)이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부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란 각오로 신발끈을 고쳐맬 겁니다.” 041-868-7205
연기 = 박민철기자 mindo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