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해외로 수출되는 1사1촌-①일본

바보처럼1 2008. 7. 8. 08:15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한국서 배운 ‘1사1촌’ 日 농업문제 대안 부상
6부. 해외로 수출되는 1사1촌-①일본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

지난해 시즈오카시 오지로마을에서 열린 시즈오카현립대학과 마을 간의 ‘1사1촌 운동’결연식에서 시즈오카 현청관계자가 대학 교직원과 마을주민에게 1사1촌 결연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시즈오카현립대학 제공
지난 19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시즈오카시의 오지로(大代) 마을. 해발 750m가 넘는 험준한 산지에 차밭이 펼쳐져 있는 인구 41명의 조그만 마을에 손님이 찾아들자 생기가 돌았다. 이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한 시즈오카현립대학 농학부 교수들이 올해의 운동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것. 도리야마 마사루(鳥山優·49) 교수와 오사카 오키히로(逢坂興宏·46) 조교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주민 시무라 히데노리(志村秀範·50)씨는 “학생들이 찾는 날이면 마을이 축제날처럼 확 들뜬다”며 활짝 웃었다.

시즈오카대학 농학부 학생과 교직원은 지난해 6월 이 마을과 ‘1사1촌 시즈오카 운동’결연을 하고 현청으로부터 인증서를 받았다. 4월부터 시작된 이들 대학과 마을 간의 교류는 지난 10개월간 무려 56회, 연인원 283명에 이른다. 학생들은 버려진 빈 농가를 숙소로 삼아 1박2일씩 머무르면서 차밭농사 돕기 등 농사일을 거들며 인구부족과 고령화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농촌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이들이 오지로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4월. 일손부족으로 농사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던 마을주민들이 농번기인 5월을 앞두고 다짜고짜 시즈오카 대학을 찾아와 일손을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즈오카 시내의 학교에서 차로 꼬박 1시간반. 버스로는 접근조차 어려운 험준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찾은 마을에서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마을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한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은 하루이틀의 일손돕기로 끝낼 게 아니라 아예 정기적인 교류에 나서기로 했다.

낮에는 농가별로 2~3명씩 나뉘어 차농사, 버섯재배, 마을 건물수리 등 고된 낮일을 마친 학생들은 숙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주민들과 어울려 농업기술, 산지보전, 역사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처음엔 서먹해하던 마을주민들도 학생들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제 일처럼 나서자 마음문을 활짝 열었다. “학생들이 올 때마다 일 솜씨도 늘고,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해줘 기뻤다”거나 “학생들이 마을전반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준다”는 소감 등이 주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귀한 산간마을을 열심히 찾아주는 ‘인정’이 가장 반갑다고 입을 모은다. 시즈오카 대학은 1사1촌 운동을 ‘농업환경교육프로젝트’로 설정, 학생들이 일본 농촌의 다양한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농업환경리더’로 자라나도록 할 계획이다.

시즈오카 대학뿐 아니라 후지도코하(富士常葉)대학 등도 마쓰자키지구의 다락밭 보전을 위해 1사1촌 운동에 나서는 등 일본판 ‘1사1촌 운동’은 지난 2006년 이래 3년째를 맞으면서 점차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 2005년 현청 공무원들이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펼치고 있는 한국의 ‘1사1촌 운동’현장을 방문한 뒤 준비기간을 거쳐 시작된 이 운동에 현재까지 8개의 기업·학교가 8개 마을과 결연에 나서 현청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지역신문과 방송은 물론 닛케이(日經)신문 등 중앙일간지들도 보도에 나서는 등 ‘1사1촌 시즈오카 운동’이 일본 농업·농촌문제의 유력한 대안으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시즈오카(靜岡)=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