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스크랩] 그 사람

바보처럼1 2006. 4. 19. 00:34
그 사람 - 김용택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풀잎같이


작은 산그늘에 붙잡혀도


가지 못하는 풀꽃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네

 

 

 

 

 

아침에 새들이 잠 깨우면


이슬을 털며 산길을 가고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서


산길에 앉아 쉬는 사람


강가에서 강이랑 나무들이랑 아이들이랑


오래오래 산다네
 


이름 없는 산골짜기


늦가을 해 저문 산길같이 외로운 그 사람

 

 

 

 

 

봄이 오면 봄 산으로


여름 오면 여름 산으로


가을 오면 가을 산으로


겨울 오면 겨울 산으로

 


세상을 오고 가는 사람

 


이 세상 꽃이 다 져버려도


늘 꽃 피는 들길 강길을 가진 사람


아, 저물어 오는 산 같이 그리움을 품은 사람


그 사람

 

 

 

 

바람 부는 들판에 서면


들판같이 바람 가득한 사람


해 지면 금새 잠드는 아주 작은 풀꽃같이


산그늘 끌어 덮고


그는 잔다네


그는 잔다네


그 사람

 

 

 

 

출처 : 코스모스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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