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스크랩]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다

바보처럼1 2006. 4. 26. 01:15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 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 나무
그 은사시 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 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다..

비에 젖을수록 더 생기있는 은사시나무..

그 나무가 보이는 듯한 그런 시를 만났다.

이정하..

그가 다시금 가슴 속으로 시를 안고 들어 온다..

출처 : 삶이 추억에게
글쓴이 : 은플룻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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