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촌’ 세상을 바꾼다> 우렁이로 재배한 벼… 풀어놓고 키우는 토종닭… “직접 보니 믿음 더 커져요” |
⑨삼성생명 설계사들의 ‘무공해 채소사랑’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
“야, 우리 소다∼ 눈썹도 길고 아주 예쁘네요. 그런데 물진 않나요?” 지난 7일 강원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 물안마을에 귀여운 꼬마손님들이 찾아왔다. 이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맺고 있는 삼성생명 설계사(FC) 가족 30여명이 어린이들의 ‘농촌 체험활동’을 겸한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 온 것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정세빈(6)양과 유지혜(8)양은 외양간 앞에 서서 손에 든 옥수수 껍질을 소에게 건네면서 연방 싱글거렸다. 세빈이는 주저하며 옥수수 껍질을 내밀다가, 소가 왕방울만한 눈을 들고 긴 혀를 쑥 빼자 겁이 나는지 얼른 손을 움츠린 뒤 소의 눈치를 살폈다. 이어진 순서는 토마토 따기. 벼가 두 뼘쯤 자란 마을 논길 사이를 지나 토마토 재배장으로 긴 행렬이 이어진다. 도중에 가만히 보니 벼 줄기마다 선홍빛 알들이 매달려 있다. 바로 우렁이 알들이다. 이 마을의 벼농사는 우렁이를 이용한 무농약 재배법을 쓰고 있다. 토마토를 따기에 앞서 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병준(54)씨는 “토마토 순이 안 다치게 조심 조심해야 한다”며 도시손님들에게 일장 ‘훈시(?)’를 하는 모습이었다. 해발 300m에 위치한 부귀리는 소양강댐이 있는 호수 주변의 산간마을이다. 마을을 에워싼 부용산, 봉화산, 오봉산의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과 인제, 양구에서 온 물이 한데 모여 소양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소양강 안쪽에 있다해서 ‘물 안 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26가구, 44명이 모여살고 있는 그다지 크지 않은 마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재래식 농법과 친환경 농사의 적지가 됐다. 옥수수·감자·고구마·수수·조·콩 등의 곡물과 두릅·더덕·나물취 등의 산채류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나는 채소와 곡물은 그 자체로 순수 무공해 제품이라는 게 신수현(47) 이장의 설명이다. 신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나는 토종닭은 방생해서 키우기 때문에 삶으면 검은색이 난다”고 자랑했다. 부인 조경숙(44)씨와 함께 물안마을을 처음 방문했다는 심현대(47·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요즘 외국산 먹을거리를 두고 걱정이 많다지만 농촌에 와서 농민들이 직접 수확한 곡식을 맛본다면 그것만큼 믿을 수 있는 게 어디 있겠느냐”며 “수입 농산물에 대한 대안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민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곡물을 제공하려는 마을 주민들의 노력도 각별하다. 올해부터 이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안계곡 전체를 무농약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전체 26가구 중 신수현 이장을 포함한 3가구는 농촌진흥청에 유기농 농가 지정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 마을의 김덕래(57)씨는 “가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항의전화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도시 사람들중 ‘유기농·무농약 작물을 먹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구입할 때는 싼 것만 찾는 분들이 있다”며 “유기농과 무농약 제품을 놓고 ‘터지고 반질반질하지 않다’거나 ‘벌레가 있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분들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농약을 안 뿌리니까 벌레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번 이 마을을 다녀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직거래를 원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방문한 8000여명 정도의 도시민들 대부분이 ‘단골 고객’이 됐다. 요즘도 “직거래 장터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아파트 부녀회 등과는 직거래 관계를 맺고 해마다 정기적으로 채소류 등을 보내주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모 아파트 부녀회와 환경운동연합에는 매년 김장용 절임배추를 보내주고 있다. 삼성생명 FC직원인 장선희(여·37)씨는 “말로만 농촌사랑한다고 해봐야 뭐하냐”며 “외국산 농산물이 아무리 밀려온다고 해도 농작물 직거래를 활성화한다면 도시민은 안심하고 무공해 농산물을 먹고, 농민들은 판로를 확보하게 돼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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