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 들
김언
꽃들을 다 그리고도 남는 꽃들
나비가 앉았다 간 뒤에도 마저 흔들리는 나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애벌레 기어오르다가 슬몃 흘리고 간 애벌레
바람이 핥고 가고 햇볕이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도 남는 햇볕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떨어지는 나뭇잎; 모두가 여기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이 연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 자란 뒤에도 더 자라는 뱀이 기어간다
-신작시집 ‘소설을 쓰자’(민음사)에서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시와 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숨 쉬는 무덤’ ‘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