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흔 들

바보처럼1 2010. 3. 30. 04:14

 

 

              흔 들

 

김언

꽃들을 다 그리고도 남는 꽃들
나비가 앉았다 간 뒤에도 마저 흔들리는 나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애벌레 기어오르다가 슬몃 흘리고 간 애벌레
바람이 핥고 가고 햇볕이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도 남는 햇볕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떨어지는 나뭇잎; 모두가 여기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이 연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 자란 뒤에도 더 자라는 뱀이 기어간다

-신작시집 ‘소설을 쓰자’(민음사)에서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시와 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숨 쉬는 무덤’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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