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청계천 여자

바보처럼1 2010. 3. 30. 04:15

 

 

  • 청계천 여자

    권순자

    수화하는 여자
    늙은 재단사
    두 손으로 천을 재단하다가
    때때로 언어를 진동으로 읽고
    손끝으로 소리를 직조하는 여자
    가늘고 촘촘한 슬픔도
    손으로 말려낸다

    제 속을 보이지 않는 늪이
    둥근 파문을 일으키곤, 침묵의 다리를 건너
    소리의 소통 없이도 내 귀에 닿는다

    파장을 일으켜
    칭, 칭, 칭 심중에 박힌다

    ―신작시집 ‘우목횟집’(시평사 펴냄)에서

    ▲경북 경주 출생
    ▲2003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인통신’ 동인, 서울 목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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