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사 하 촌

바보처럼1 2010. 3. 30. 04:11

 

 

              사 하 촌

 

  • 유현숙

    저녁이
    다 되어도 아랫목은 차고
    부엌일을 하던 연자 언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무의 눈자위를 손가락 끝으로 꾸욱 눌러 찍는다
    손끝에 물드는 연노랑 소문이 어린 짐승의 눈물 같다

    나는 저녁 나무처럼 서서
    광덕교 아래를 오래 휘돌다가 떠나는 개울물을 본다
    휘도는 물살의 중심에 빈 확이 생기었다
    비어 있다는 건 스며들 틈을 내준다는 것인가

    내가 돌아갈 곳이 없다

    ―신작시집 ‘서해와 동침하다’(문학의전당 펴냄)에서

    ▲경남 거창 출생
    ▲2003년 ‘문학·선’ 신인상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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