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농민-23>경남 함안서 농가 20곳과 ‘콩사업’ 전금자씨

바보처럼1 2010. 3. 30. 16:18

<스타농민-23>
‘5분 청국장’개발해 年6억 매출
경남 함안서 농가 20곳과 ‘콩사업’ 전금자씨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청국장 하나로 한해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줌마 사장님’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남 함안에서 콩농사를 짓고 있는 전금자(54)씨. 전씨는 7000평의 밭과 인근 20개 농가에서 계약재배하는 콩으로 청국장과 메주를 만들어 도시 회원 1000여명에게 판매하고 있다. 전씨가 한해 소비하는 콩은 40㎏ 2000가마로,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에도 매달 청국장 3500㎏씩 수출하고 있다.

전씨가,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있는 남편과 함께 부산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1980년. 3남매를 두고 어렵게 생활하던 전씨는 이때부터 벼농사도 짓고 돼지도 키우며 억척스럽게 일했다. 그러나 그의 꿈과 노력은 84년 큰아들이 물에 빠져 숨지면서 허물어졌다.

전씨는 “한동안 아이를 돌보지 못한 죄책감에 아무일도 못했다”며 “병이 심해지는 남편에다 아이를 잃은 슬픔까지 겹쳐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10여년을 보낸 전씨는 ‘남은 아이들과 다시 살기 위해’ 메주를 띄웠다. 평소 청국장 맛이 좋다는 이웃들의 평가도 있었고 ‘나이가 들어 움직이기 어려울 때까지 메주와 청국장은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5년 무조건 메주 600개를 만들어 도시 친구와 친척들에게 돌렸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고 지속적으로 메주를 사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도 생겼다. 마침 시중 간장에 인체에 해로운 첨가물이 들었다는 언론보도도 전씨가 만든 메주가 팔리는데 일조했다. 전씨는 96년 정부에서 사업비 2000만원을 보조받아 메주 대량 생산 작업장도 만들었다.

5년후 전씨가 ‘청국장 사업가’로 성공할 기회가 찾아왔다. 전씨 집에서 청국장을 먹어본 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청국장에 물만 부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며 한말을 전씨는 놓치지 않았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전씨는 곧바로 개발에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멸치, 다시마 등을 우려낸 물에 메주를 띄운 뒤 건조시킨 ‘5분 청국장’이 탄생했다. 깔끔하게 소포장된 5분 청국장은 도시인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2000년 6000만~7000만원하던 연매출은 이듬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전씨는 “당시에는 눈만 감으면 하늘에 메주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환상에 사로잡힐 정도로 일에 푹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5분 청국장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수출도 하고 있다. 전씨는 “청국장 냄새를 많이 줄인 대신 맛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인기 비결같다”며 “5분 청국장 출시 직전 저세상으로 간 남편과 큰 아들이 하늘에서나마 사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4-12-23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