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농민-30>'떫은 감 300t 수매·가공' 전남 함평군 백성준씨

바보처럼1 2010. 3. 30. 16:32

<스타농민-30>
‘깍아먹는 홍시’로 年 6억 수익
'떫은 감 300t 수매·가공' 전남 함평군 백성준씨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농업에도 기계공학, 화학을 응용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전남 함평군 신광면에서 감농사를 짓는 백성준(47)씨는 감 가공품으로 지난해 6억5000만원 넘게 벌어들였다.

백씨의 주력상품은 자신이 개발한 ‘깎아먹는 홍시’ 밀폐된 저장고에 떫은 감과 이산화탄소를 넣고 압력을 가한 뒤 급랭하는 방식으로 만든 홍시가 복숭아처럼 단단해 붙여진 이름이다.

백씨는 자신의 농장(8000평)에서 나오는 감 30t은 물론 이웃 농가들이 생산하는 감 300t을 모두 수매, 홍시로 만들어 시장에 판다. 요즘은 생산량이 달려 도매시장에서 떫은 감을 구입, 가공해 재판매할 정도로 인기다.

백씨는 1997년까지만해도 영광원자력 발전소의 잘나가는 설계담당 부장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백씨는 군대를 다녀온 82년부터 15년동안 줄곧 영광원전에서 일했다.

백씨가 감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말. 외환위기 직전 회사를 나와 차린 설계 사무소가 어렵게 되자 아예 귀농을 결심했다.

백씨는 “당시 아내가 사둔 4500여평의 과수원이 있었는데 그 곳에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농사 경험이 없던 첫해 쓰디쓴 경험을 했다. 저농약 방식으로 감을 정성스럽게 키워 시장에 내놓았지만 떫은 감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값을 받지 못했다. 총매출은 2000만원. 인건비도 못 건졌다.

백씨는 유통업자들이 떫은 감을 가져다가 홍시로 만들어 판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직접 홍시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재래식 방법으로는 감의 떫은 성분인 탄닌을 제거하는데 20~25일 걸렸고, 그렇게 만든 홍시도 쉽게 물러 시장에 팔기가 어려웠다. 백씨는 1년동안 감에 관련된 책과 고분자화학 관련 서적 등을 섭렵한 끝에 단단한 홍시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백씨는 “탄닌이 고압에서 이산화탄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사라지는 점에 착안했다”며 “실험결과 기존 방법보다 색깔과 맛이 좋았고 특히 홍시가 단단해 수송도 쉬웠다”고 말했다.

99년 출시된 백씨의 홍시는 가격이 일반 홍시보다 3배 이상 비쌌지만 도시 할인매장 등에 나오자 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는 여세를 몰아 과수원을 2배 가까이 넓혔고 껍질을 벗겨 만든 아이스 홍시와 연한 곶감인 ‘젤리 홍시’를 시장에 선보여 잇따라 히트를 쳤다. 백씨는 “농사를 짓더라도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가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3년안에 홍시 가공음료와 술도 만들어 매출을 180억원이상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농업과학기술대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5-03-08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