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농민>토마토 농사 35년 외길 부산 강서구 심우철 씨

바보처럼1 2010. 3. 30. 17:18

<스타농민>
“양보다 질로 승부… 5∼6배 비싸게 팔려”
토마토 농사 35년 외길 부산 강서구 심우철 씨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농민들의 활로는 양보다 질입니다.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맛있는 고품질의 상품을 정성껏 키워 높은 가격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토마토 재배의 달인으로 불리는 심우철(59)씨의 지론이다.

심씨의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장은 부산 강서구 대저2동 김해국제공항 주변의 드넓은 평지에 있다. 23일 오후 그는 토마토 선별장에서 토마토를 크기에 따라 7단계로 구분해 납품 박스에 포장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은 더욱 열심이다. 그는 지난해 토마토만 재배해 3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4~5년 전까지의 2억원 수준과 생산량은 큰 차이가 없지만 더욱 맛있는 토마토를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좁은 땅에 많은 씨를 심거나 토마토 줄기단을 치지 않고 계속 높이면 그만큼 당도가 떨어지고 상품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면 제값을 못 받게 되죠. 2배의 생산량을 냈는데 고급 상품에 비해 3~4배 이상 싸다면 실컷 고생만 하고 거꾸로 더 손해를 보잖아요.”

그는 “적절한 공간에서 정성을 들여 키우면 이놈들이 면역력이 강해져 병해충을 이겨내 농약 칠 일도 없다”며 “우리 토마토는 당도가 높고 약간 짠맛, 신맛까지 조화를 이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반 토마토에 비해 상자당 5~6배 이상 가격을 받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그의 성을 딴 상표인 ‘심서방 농장 토마토’는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의 농산물시장, 대형 마트로 납품돼 오히려 부산, 경남 등 인근 지역에서는 택배 등 직접 주문이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그는 35년이나 토마토 농사를 지어 왔다. 부친이 농사지은 기간인 15년까지 합치면 50년이다. 대학을 졸업한 31, 32살의 두 아들도 돕고 있어 3대가 같은 장소에서 토마토 재배에 매달린 셈이다. 이 지역은 인근 공항의 입지가 그렇듯 주변에 산이 없고 최남단에 속해 일조량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낙동강 삼각주지역이면서도 바다까지 가까워 지하수에 약간의 염분이 포함돼 토마토 맛을 내는 최고 입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심 10m 이상의 물을 주면 염분이 너무 많아 토마토가 잘 생장하지 않고, 너무 낮은 곳의 지하수를 쓰면 깊은 맛이 없다며 노하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물 주는 양, 시기 등은 상황에 따라 너무 복잡해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오랜 경험으로 감을 잡는데 나도 가끔씩은 잘 모를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토마토를 파종해 이식하고 꽃이 핀 뒤 열매 맺는 색깔과 크기를 보면 바로 상품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농장 바로 옆의 집은 중간에 양옥으로 고친 것을 제외하면 그가 태어나 60년째 살고 있는 집이다.

집 거실에는 지역농협에서 주는 1억, 2억, 3억 돌파라고 적힌 ‘토마토 매출왕 상패’가 TV 옆에 나란히 진열돼 있다. 그는 “10여년 전 우리 집 토마토가 정말 맛있다는 소문이 나 당시 국립농산물검사소장이 직접 방문해 토마토 재배 요령을 묻고 품질 인증 상표를 붙여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 글·사진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4-24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