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1사1촌, 녹색희망을 연다>⑪귀농 성공스토리 되돌아보니…

바보처럼1 2010. 3. 30. 17:23

<1사1촌, 녹색희망을 연다>
“성공 비결요? ‘마음의 밭’부터 갈아엎었죠”
1부. Bravo! My Farm Life - ⑪귀농 성공스토리 되돌아보니…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문화일보가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만난 귀농인들이 농촌 곳곳에서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문화일보가 지난 5월부터 3개월여간 펼쳐온 ‘1사1촌, 녹색희망을 연다’ 기획시리즈 중 1부의 귀농·귀촌 시리즈인 ‘Bravo! My Farm Life’가 마무리되면서 제 2의 인생을 펼치는 공간으로서의 농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1사1촌운동은 지난 2004년 6월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진행 중인 국내 대표적 도농상생 모델로 이번에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해왔다.

◆대기업 사장·교수·스타 등도 귀농 전폭적 관심 = 문화일보는 특히 도시생활을 완전히 은퇴하고 귀농·귀촌해 제 2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는 60대 이상 은퇴자들의 귀농·귀촌인구가 2000년대 들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현실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방도혁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은 “최근 정부가 16개 교육기관을 지정해 귀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수강자들 가운데서는 대학교수 등 학력과 경력이 상당한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 속에서 여유롭고 풍성한 삶을 이끌면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 한국학 분야 석학인 김열규(77) 서강대 명예교수는 “겨울만 되면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기침이 나고 가래가 끓어 고생했는데, 귀촌 후 1년 만에 완전히 나았다”고 했다. 또 지난해 3권의 책을 펴냈을 정도로 저술활동도 과거에 비해 더 왕성하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국제 항공물류회사인 에머리(Emery)의 한국법인 사장이었던 최준혁(62)씨는 “잘 나가는 친구 몇 빼고는 대부분이 집에서 놀고 있다”면서 “친구들은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까지 개발하면서 살고 있는 나를 무척이나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농촌생활을 즐기는 데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농촌의 당당한 일꾼으로 거듭나 농촌사회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의 한국법인, 노키아TMC의 명예회장인 이재욱(68)씨는 기업에서의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경남 마산시에서도 ‘농업혁명’을 이끌고 있었다. 이 명예회장은 논을 갈지 않은 채 볍씨를 직파하고, 물을 댔다 뺐다 하면서 잡초를 없애는 ‘지장(地藏)농법’을 고안해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수확한 쌀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귀농인’으로 그치지 말고 진짜 ‘농민’ 돼야 = 문화일보가 만나 본 귀농·귀촌인들은 한목소리로 귀농은 단지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농촌에서 이미 살고 있던 이들과 함께 부딪치고, 동화되는 것이 바로 귀농의 종착지라는 것이다.

탤런트 박병호(71)씨는 “1년 전 경남 남해군으로 귀농한 뒤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것은 ‘나’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외지에서 귀농하러 시골에 온 사람들은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을 갖고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면 갈등을 빚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귀농은 막연히 경제적 여건만 충족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고,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가수 은희(58·본명 김은희)씨는 “전남 영광군으로 처음 귀농해 왔을 때 마을 주민들은 마치 이상한 곳에서 온 이방인 보듯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귀농하고자 하는 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귀농 이후 마을 주민들과의 적응과정도 중요하지만, 예비 단계에서의 철저한 준비 역시 필수적이다. 정두채(71) 전 기아차 고문과 부인 김은숙(71)씨 부부는 귀농 후 1000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정씨는 “나이와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의욕이 앞섰다”면서 “귀농을 하려면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이 같은 준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예비 귀농인들도 만났다. 벤처농업대학 예비농업경영인 과정에 참여 중인 이응종(44·사진영상학) 경일대 초빙교수는 “멘토로 삼고 있는 농장에 가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인턴’ 생활을 하면서 향후 5년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8-06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