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바보처럼1 2010. 3. 30. 17:35
  • 정희성

    오늘 밤 이 술잔에 나를 담으려 한다

    술로써는 취하지도 씻기지도 않을

    내 피의 길고 긴 어둠길

    서리서리 담아

    혼신의 술을 빚고자 한다

    취한 자에게 길이 물려줄 것은 이 술뿐

    마시는 자여 보라

    여적(餘適) 같은 내 몸이 새로 빚은 술

    이 피의 즐거움, 이 피의 서러움으로

    씻지 못할 삶을 씻어 밝히고자 한다 


    -시집 ‘답청’(1997년 문학동네 재간행)에서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68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 당선

    ▲김수영문학상, 시와시학상,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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