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어떤 날

바보처럼1 2010. 3. 30. 17:56

어떤 날

오 세 영

실비 내려
냉이 새순 초록물 들고
촉촉이 젖은 풀섶 구멍에선
꽃뱀 하나 실눈을 뜨고,

실비 내려
씀바귀, 엉겅퀴 가시 세우고
실개천 마른 여울 푸르게 피
도는 날,

어이할꺼나 초록 제비야,
자갈밭에 엎어진
돌쩌귀 하나,
어이할꺼나 초록 꽃뱀아,
진흙창에 모로 누운
돌미륵 하나.

-시집 ‘눈물에 어리는 하늘 그림자’(현대문학, 1994년)에서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1968년 ‘현대문학’ 추천 완료
▲시집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무명 연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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