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좋은 방 -이병률
네가 묶여 있다
의자에 있다
눈 내리는 천장 없는 방에
별이 가득 차고 있다
화살나무가 방 안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너도 나도 며칠째 먹지 않았으니
이 모든 환영은 늘어만 간다
이리도 무언가에 스며드는 건
이마에 이야기가 부딪히는 것과 같다
묶어둔
너를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엎드려 있다
나는 너에게 속해 있었다
-신작 시집 ‘찬란’(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시힘’ 동인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산문집 ‘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