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문화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곤 합니다.
아무리 고귀한 문화재도 사람의 흔적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문화재는 우리 옛사람들의 흔적입니다.
그러므로 그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옛사람들의 숨결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의 정신, 꿈, 희망을 만나게 되는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문화재를 모아
놓은 박물관은 단순히 옛물건들의 보관창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국립 중앙박물관 수만년동안 이어온 우리 옛 조상들의 흔적을 모아 놓은곳이기에 현재 우리가 왜 이런 모양이고, 이런 생각이고, 이런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우리 정체성 그 자체인것입니다.
드디어 개관일. 무료 관람이라서 그런지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운이 좋아 간신히
입장 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뿐 아니라 박물관
자체도 볼거리이다.
9만평이 넘는 넓은 터에 본관만 1만 4857평에 이르며 앞쪽에 넓은 호수를 만들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위치에
남향받이 건물을 앉힌 한국미가 물씬 풍기는 평온한 옛성곽을 재현고자한 건축 의도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꽉 막힌 성곽의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가운데를 시원하게 뚫었습니다.
본관은 1층에 고고관과 역사관(금석문, 인쇄, 지도실 등)이 있고 2층에 미술관1(회화) 과 기증관이 있으며 3층은
아시아관(일본,중국, 인도네시아 등) 과 미술관2(금속공예, 도자기) 그리고 불교조각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박물관 보다 회화의 비중을 높였다는점이 저를 마냥 기쁘게 했습니다.
본관 입구를 들어서자 3층 높이의 가운데를
시원하게 틔어놓은 일명 <역사의 길>이
제일 먼저 나온다. 이 길을 들어서는 순간 한국 역사속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북관대첩비>
대첩이후 100년만에 건립되었고 일본군인에게 강탈된지 100년 만에 되찾아온 북관대첩비가 역사의 길 제일 앞에
당당히 서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냘픈 비 위에 1톤무게의 돌을 올려 놓고 신사 구석에 방치해놓았다니...내년에는 원래 계획대로 북한으로
보내져야 하기에 한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고달사쌍사자석등>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오전에 먼저 방문하여 다리가 아퍼 무릅을 꿇고 있는것 같다고하여 여러 사람이 폭소를 터트렸다는
보물282호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 사자는 우리나라에 없는 동물인데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조각했는지 참 신기합니다.
마치 바로 어르릉 하며 사자가 일어설것만 같습니다. 고달사지는 여주에 있으며 기회가 있으면 고달사지와 석등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경천사지10층석탑>
석등을 지나 조금 가면 날씬하면서도 웅장한 높은 탑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국보86호 경천사지 10층입니다. 수차례
무너지고 상하여 온 몸에 있는 보수의 흔적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탑을 보는 순간 주책맞게도 눈물이 솟았습니다. 이제서야 이 탑이 제 집에 왔구나. 이제서야 이런
문화재를 실내에서 감상 할 수 있는 박물관을 갖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탑이 갖는 성스런 느낌과 탑신에 조작된 용 천부의
정교함, 팔작지붕과 기왓골, 높아도 미련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모양에 넋을 잃고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
<사신도 中 청룡>
고구려 고분을 소개하는 곳에서 천으로 고분 벽화를 재현해 놓은 청룡도 입니다.
고분 그림에 대해서는 따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와 함께...
<백제 금동대향로>
저의 설명의 한계를 넘는 작품입니다. 카메라 건전지가 떨어져 외부에 떨어진 매점까지 단숨해 뛰어갔다 와서
미처 숨도 고르지 못한채 찍어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ㅜ ㅜ
<운남쇠북>
박물관은 중국, 일본, 아시아 나라의 유물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중국 운남성 유물인
쇠북입니다. 말 그대로 쇠로 만든 북입니다. 직접 쳐본적이 없어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합니다. 2년전 운남성 쿠밍시 민속박물관에서
본적이 있기에 반갑기도 했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무동>
교과서에서 너무나 많이 본 그림인 김홍도의 <무동>입니다. 워낙 할 말이 많은 작품이라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박물관에서는 보물 527호인 단원의 '풍속화첩'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신윤복의 걸작 <연못가의 여인> 입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더이상의 설명히 필요없는 문인화의 정수 <세한도> 입니다. 세한도에 대해서는 저의 블러그에서
한번 소개를 한적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부분이 제일 많이 보아온 부분일것 입니다. 그러나 사실 세한도는 이 그림 부분의 다섯배도 넘는
길이입니다. 그림 왼쪽에 추사 김정희의 화발이 있고 그 뒤로 길게 당대 최고 문인들의 제문이 촘촘히 적혀 있습니다. 제자인 이상적이 다른분들에
보여주면서 그 느낌들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그 전체를 다 공개한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호 의 <추풍사>
블러그에서 한번 소개한 <추풍사>. 한호 석봉의 글씨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김명국, 윤두서, 심사정, 이인상, 강세황, 안견 등 의 주옥같은 그림과 박물관 유물중 가장 값
비싸다는 <반가사유상>, 아름다운 고려 청자와 무심한 달항아리와 분청사기등이 책이 아니라 생생한 진품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있다가 관람시간이 다 되었다는 방송에 나와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 야외 전시장은 조명에 의지하여 보았습니다. 외부 전시물에 대해서는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르브르 발물과, 대만의 고궁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이런 박물관을 소유한 나라들이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대영박물관과 르브루 박물관은 자기들의 유물이 아니라 타국에서 거의 강탈해온 물건들이고 대만 고궁박물관도 국민당이
본국에서 대만으로 도망칠 때 쉽게 가져올수 있는 보물들만 가져온것이기에 반쪽 박물관이지만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겨레의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
우리 문화재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3대 신 성장동력은 정보통신, 생명공학과 더불어 바로 문화관광산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식이 바로 힘이고 한류열풍에서도 보여주듯이 문화적 역량이 국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점차
우리는 깨닫고 있습니다.
전시 유물 1만 1000점, 동시 입장 가능인원 3000명, 하루 최대 1만 8천명이 관람 할 수 있는 수치상으로는
세계 6위의 규모지만 박물관 역사 60년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노력으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려 세워졌다는
점에서 빛나는 문화유산에 정말 어울리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앞으로 국립 중앙박물관은 한국 전통문화의 전당으로, 열린 문화공간으로, 튼튼한 성곽의 모양으로 설계된 박물관의
당당함처럼, 박물관 앞으로 흐르는 저 한강의 도도한 물줄기 처럼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2006 . 1 . 2
금강안金剛眼
출처 : 우회전금지
글쓴이 : 금강안金剛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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