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양산 도자기공원

바보처럼1 2006. 4. 23. 01:05
"보고, 배우고, 즐길 거리 풍성하네"
[양산문화공간의 재발견 6] 자연과 사람은 한 몸- 도자기공원
  전영준(johneut) 기자   
양산문화공간의 재발견 여섯 번째 차례인 이번에는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천성산과 정족산자락의 하북면 백록리 1306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도자기공원'을 택했다.

▲ 이 건물의 아래층은 도자기공방이고 위층은 사무실과 전시공간이다.
ⓒ 양산시민신문/진보현
그러고 보니 필자가 오마이뉴스에서 '도자기공원'을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 쓴 <매일 아침 아내에게 절 올리는 남자>라는 기사에서의 '아침마다 아내에게 절 올리는' 그 남자가 바로 '도자기공원'의 설립자 김동흥씨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날마다 아내에게 절을 올릴 만큼 아내에 대해 지극한 공경과 사랑을 품고 사는 사람의 특별한 삶에 초점을 맞추느라 '도자기공원'은 그다지 자세하게 소개하지 못했다.

하여 이번에는 '양산문화공간의 재발견'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인물 중심이 아닌, 공간 중심의 '도자기공원'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지난 기사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도자기공원'은 양산 시내에서 통도사 쪽을 향해 곧장 달리다 용연초등학교를 거쳐 내원사 들머리를 지나 경부고속도로가 가로지르는 산기슭에 고즈넉이 앉아 있다.

길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도자기공원'이란 팻말을 보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 꽤 비탈진 꼬부랑길을 치오르면 만나는 흰색 건물이 바로 '자연과 사람은 한 몸-도자기공원'이다.

▲ 전시실에는 각종 모양새의 도자기들이 그득히 늘려있다.
ⓒ 양산시민신문/진보현
이 '도자기공원'은 곱게 나이를 먹어가며 오누이처럼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김동흥ㆍ최영자 부부가 함께 일구어온 사랑과 열정의 합작품이다.

'도자기공원'의 대표이사는 아내가 맡고 있고, 자신을 이곳의 마당쇠라고 자처하는 남편은 스티로폼 폐자재를 재활용해 이를 다시 자원화하는 사업체인 '흥욱상사'와 관련사업체 전반을 아우르는 '자연과 사람은 한 몸'의 회장을 맡고 있다.

양산에는 크고 작은 도자기 공방도 많고 이름난 장인의 가마도 적잖지만, 이곳이 특히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순한 볼거리만 제공하는 여느 곳과는 달리 여기서는 체계적으로 잘 짜인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프로그램은 크게 '도자기체험교실'과 '천연염색교실', '천연비누만들기'로 나뉘지만, 이들 프로그램과 연계한 정족산 무제치늪 생태계학습과 손두부 만들기, 각종 민속놀이 즐기기가 곁들여짐으로써 유치원 원아에서부터 초ㆍ중ㆍ고교 학생, 학부모, 주부모임회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 전영준
자연의 소중함 배우고 감동도 '듬뿍'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도자기에 입히는 유약도 천연염색을 위해 염료를 추출하고 남은 잎과 줄기, 뿌리 등의 자연소재를 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단순한 지식습득만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된다. 또한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아무 곳에서나 쉽게 얻을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1976년부터 자그마한 도자기 공방을 열어 도자기를 빚어오던 이들 부부가 지난 2000년 5월, 남편 김동흥 회장이 태어나고 자란 이곳을 도자기공원으로 꾸민 것도 힘겹고 고달픈 세상살이에서 점차 '감동'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충만한 '감동'을 안겨주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김동흥·최영자 부부는 6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공원을 만들면서 전시ㆍ체험장과 함께 야외공간의 활용에 많은 공을 들였다. 황톳길 산책코스, 등산길, 삼림욕장, 민속놀이장 등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도자기와 천연염색제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면서 아울러 자연과 함께 숨 쉬며 편히 쉴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다. 또한 자연을 벗 삼아 하루쯤 묵어가기를 원하는 가족들을 위해 방갈로와 펜션도 갖춰 놓았다.

외국인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우뚝'

▲ 기기묘묘한 작품들을 한 점, 한 점 들여다보고 있으면 넋을 잃을 지경이다.
ⓒ 양산시민신문/진보현
'자연과 사람은 한 몸-도자기공원'은 이제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어엿한 양산의 명물이 되어 양산은 물론 인근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의 여러 시·군에 두루 알려진 관광명소로 우뚝 섰다.

이곳을 한 번 다녀간 외국인들도 이곳에서의 추억을 두고두고 잊지 못해 나중에 다시 한국을 들를 때는 반드시 찾는 관광코스로 삼게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이곳 도자기공원은 경상남도 공예품 개발 장려업체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경상남도 도자기(식기) 추천상품으로 지정되었다.

지난 2004년 8월에는 제1회 APEC 청소년 과학기술리더 캠프에 참가한 브루나이, 캐나다, 홍콩 등 10개국 청소년들이 이곳을 방문해 우리 고유의 전통염색과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가지기도 했다. 이들 청소년들은 올 여름에도 이곳을 찾기로 예정돼 있다.

주5일제 근무가 확산하고 있는 최근에는 주말을 이용해 기업체 연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에게는 '가족토론회'를 벌이게 해 토론이 잘 이루어진 팀에 상으로 천연비누나 도자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지구촌 가족동산 조성이 ‘꿈’
최영자 사장에게서 듣는다

▲ 최영자 사장
창업주인 남편 김 회장은 아내인 최 사장이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 꾸미기에 남다른 재능을 지녔던 사람인데다 사업수완도 탁월해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로 사업을 크게 번창시켰다며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내를 인정해주는 남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앞으로 이곳에다 지구촌가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구촌동산을 만드는 것이 저희 부부의 꿈입니다. 그리고 도자기와 천연염색, 천연비누를 주 교과목으로 하는 대안학교를 만드는 일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젊은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생각입니다"

최 사장은 도자기에도 이미 일가를 이루었지만, 천연염색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가의 반열에 올라있다. 웰빙의 바람을 타고 지금 한창 천연염색의 붐이 일어나고 있으나 최 사장에게 있어서 천연염색은 세상의 시류와는 상관없는 그의 생활 그 자체인 것이다.

"나무뿌리, 나뭇잎, 나무줄기, 열매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소재로 옷감에 물을 들이고 그것을 다시 도자기의 유약으로 삼는 것은 ‘자연과 사람은 한 몸’임을 말 그대로 실증하는 것이지요. 천연비누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고…"

하루하루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진정한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는 최 사장은 도자기공원을 찾아주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저 반갑고 고맙다.

"얼마 전에 6살짜리 꼬마가 유치원활동으로 왔다가 며칠 뒤에 아빠 손을 잡고 다시 왔는데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의 감동이 어른에게로 옮겨진 것 같아 마음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자신이 가진 것은 그것이 물질이든, 사랑이든 아낌없이 나눔으로써 더욱 풍성해 진다고 믿고 있는 최 사장은 사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늘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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