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릿답던 그 아미(娥眉)
높게 흔들리우며,
거룩한 분노는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 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신생활>3호(1923.4) 수록
*왜장 게다니 무라노스케(毛谷村之助)
*주제는 논개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절개
*직유,반복 대조, 영탄, 후렴구 등 화려한 수사법을 쓰고 있다.
*푸른 물결: 청사(靑史)
*붉은 마음: 단심(丹心)
<봄 비>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빚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신생활> 2호(1922.3)수록
<조선의 마음>
조선의 마음을 어디 가서 찾을까.
조선의 마음을 어디 가서 찾을까.
굴 속을 엿볼가. 바다 밑을 뒤져 볼까.
빽빽한 버들가지 틈을 헤쳐 볼까.
아득한 하늘가나 바라다 볼까'
아, 조선의 마음을 어디 가서 찾아 볼까.
조선의 마음은 지향할 수 없는 마음, 설운 마음!
시집<조선의 마음>(1924.8)허두에 실린 서시,이 시집은 출판되자 곧 판매 금지 처분을 당했다.
개화기 지성인의 고민을 노래한 시.
<생시에 못 뵈올 임을>
생시에 못 뵈올 임을 꿈에서나 뵐까 하여
꿈 가는 푸른 고개 넘기는 넘었으나
꿈 조차 흔들리우고 흔들리어
그립던 그대 가까울 듯 멀어라.
아, 미끄럽지 않은 곳에 미끄러져
그대와 나 사이엔 만 리가 격했어라.
다시 못 뵈올 그대의 고운 얼굴
사라지는 옛 꿈보다도 희미하여라.
*작자의 말---"젊은 조선"을 빛나게 할 시인,예술가,철학자들이여!명심할 것이다--우리의 생은 유희가 아니고 분투임을! 도락이 아니고 노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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