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논 개...........변 영로

바보처럼1 2006. 4. 30. 23:32

<논 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릿답던 그 아미(娥眉)

높게 흔들리우며,

거룩한 분노는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 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신생활>3호(1923.4) 수록

*왜장 게다니 무라노스케(毛谷村之助)

*주제는 논개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절개

*직유,반복 대조, 영탄, 후렴구 등 화려한 수사법을 쓰고 있다.

*푸른 물결: 청사(靑史)

*붉은 마음: 단심(丹心)

 

 

<봄 비>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빚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신생활> 2호(1922.3)수록

 

 

<조선의 마음>

 

조선의 마음을 어디 가서 찾을까.

조선의 마음을 어디 가서 찾을까.

굴 속을 엿볼가. 바다 밑을 뒤져 볼까.

빽빽한 버들가지 틈을 헤쳐 볼까.

아득한 하늘가나 바라다 볼까'

아, 조선의 마음을 어디 가서 찾아 볼까.

조선의 마음은 지향할 수 없는 마음, 설운 마음!

 

시집<조선의 마음>(1924.8)허두에 실린 서시,이 시집은 출판되자 곧 판매 금지 처분을 당했다.

개화기 지성인의 고민을 노래한 시.

 

 

<생시에 못 뵈올 임을>

 

생시에 못 뵈올 임을 꿈에서나 뵐까 하여

꿈 가는 푸른 고개 넘기는 넘었으나

꿈 조차 흔들리우고 흔들리어

그립던 그대 가까울 듯 멀어라.

 

아, 미끄럽지 않은 곳에 미끄러져

그대와 나 사이엔 만 리가 격했어라.

다시 못 뵈올 그대의 고운 얼굴

사라지는 옛 꿈보다도 희미하여라.

 

*작자의 말---"젊은 조선"을 빛나게 할 시인,예술가,철학자들이여!명심할 것이다--우리의 생은 유희가 아니고 분투임을! 도락이 아니고 노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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