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가는 길............김 소월

바보처럼1 2006. 5. 3. 00:52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1923) 수록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 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 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개벽(1922)수록

 

 

<하늘 끝>

 

불현듯

집을 나서 산을 치달아

바다를 내다보는 나의 신세여!

배는 떠나 하늘로 끝을 가누나!

 

*이 시는 낭만파로 분류할 수 있는 소월의 시작 태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읍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紙鳶>

 

오후의 네길거리 해가 들었다

시정(市井)의 첫 겨울의 적막함이여

우둑히 문어구에 혼자 섰으면

흰눈의 잎사귀 지연이 뜬다.

 

*'지연'은 종이연. 짧지만 소월의 특성인 향토색과 애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한국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모음 사이트  (0) 2006.05.04
시악시 마음은.............홍 사용  (0) 2006.05.03
못 잊어..............김 소월  (0) 2006.05.03
진달래꽃.............김 소월  (0) 2006.05.02
금잔디..........김 소월  (0) 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