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1923) 수록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 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 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개벽(1922)수록
<하늘 끝>
불현듯
집을 나서 산을 치달아
바다를 내다보는 나의 신세여!
배는 떠나 하늘로 끝을 가누나!
*이 시는 낭만파로 분류할 수 있는 소월의 시작 태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읍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紙鳶>
오후의 네길거리 해가 들었다
시정(市井)의 첫 겨울의 적막함이여
우둑히 문어구에 혼자 섰으면
흰눈의 잎사귀 지연이 뜬다.
*'지연'은 종이연. 짧지만 소월의 특성인 향토색과 애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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